[유동우 경제옹알이(1)]자식을 서울로 보내면 대가 끊긴다

2020-08-06     경상일보

인구밀도 높으면 예외없이 출산율 저조
서울이 지방보다 출산율 낮게 나타나
서울 진학·취업한 외동 출산확률 낮아
우리보다 저출산 먼저 겪은 일본
‘미혼자녀·노부부’ 구성 가구 급증
적극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인구밀집 해결하지 않으면
합계출산율 최저점까지 갈 우려도 커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살면 동물, 식물, 인간을 가릴 것 없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고 한다. 2020년 1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8을 기록했다. 전국의 합계출산율이 0.90이니 대한민국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고,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는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68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아이가 하나 있는 부모가 그 아이를 서울로 보낼 경우 32%의 확률로 대가 끊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둘 있는 부모의 경우 대가 끊길 확률은 대략 10%정도가 된다). 만약 대는 꼭 아들이 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의 소유자라면 대가 끊길 확률은 당연히 더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증손자까지 생각한다면 하나 있는 아이를 서울로 보낼 때, 대가 끊길 확률은 50%를 넘어가게 된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계산을 하면 결과 값이 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높은 확률로 대가 끊긴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9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72였는데 더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가 끊길 확률은 위의 계산보다 더 높아진다. 2020년 1분기의 합계출산율의 저하가 코로나19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데는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20년 1분기의 낮은 합계출산율은 사실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이 2019년 2분기 정도에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2021년 1분기의 합계출산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인구는 초장기 파동으로 결정된다. 지금 아이를 많이 낳게 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지만, 지금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2030년부터 감소가 예상되는 인구는 2040년경에는 40만명 정도가 매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감소가 예상되는 시점과 감소되는 인구는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감소된다는 사실에는 역시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일본 노인의 가구형태 중 ‘노부부가 함께 사는 것’과 ‘노인 혼자 사는 것’ 다음으로 많은 가구형태가 ‘미혼의 자식과 함께 사는 노인’이다. 과거에는 비중이 낮았던 미혼의 자식과 함께 사는 노인은 현재 일본에서 20%까지 확대됐다. 이는 1990년대 일본의 고용 극빙기가 시작되었을 때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집도 구매하지 못하여 40세를 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저출산의 해결책도 예측이 된다. 저출산이 지속되어 청년인구가 줄게 되면 일손이 부족해져서 쉽게 취직이 된다. 최근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률은 90%를 쉽게 넘기고 있다. 취직이 쉽게 되면 아이를 더 많이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림에서 보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더 이상 하락하지는 않고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인구문제는 30년 정도 기다리면 초장기 파동에 의해 많은 부분이 해결되는 것이다. 다만 정부예측치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본정부의 합계출산율 예측을 보면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30년간 합계출산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예측치는 결국 인구문제와 관련된 재정적자를 확대시킨다.


일본과 비슷하게, 지금부터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대학도 쉽게 가고, 취직도 쉽게 할 확률이 높다. 합계출산율도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려워 안정화되든지 상승할 것이다. 그때쯤 되면 자식을 서울로 보내도 대를 꼭 아들이 이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대가 이어질 확률이 높게 된다. 문제는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나 대한민국의 고용의 극빙기에 대학을 졸업하는 세대다. 태어나는 시점을 본인이 정한 것도 아닌데, 취업도 어렵고, 인구문제가 자연적으로 해결되었을 30년 뒤에는 중년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으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을 확률도 꽤 높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서울집중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정책도 일시적일 뿐이다. ‘자식을 서울로 보내면 대가 끊긴다’는 제목을 내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본인의 대가 끊기는 문제라면 지역균형발전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아니면 합계출산율이 최저점을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