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통시장과 상점가 장점 살려 경쟁력 갖춰야

2020-08-10     경상일보

울산의 전통시장과 상점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생활의 변화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시장과 상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도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분야별로 많은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상품권과 울산페이 등의 도입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이후의 변화된 시장의 경제적 대책들은 여전히 전통시장 상인들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 또 체감하기 어려운 많은 점들이 예상된다. 다양한 매출증대사업이 정부, 지자체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점가 상인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또 상인들 중 다수는 연령대가 높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

상인연합회장에 취임하면서 전통시장과 상인들이 처한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 갈 지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조직 정비와 위상 정립을 하기로 했다. 현재 울산지역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모두 55곳이 있지만, 이 중 상인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 곳은 37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장들도 상인회를 조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모바일 상품권, 울산페이 등 달라진 거래 환경에 하루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상인과 매니저 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연합회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연합회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지원을 맡고 있는 기관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웰소통 협의시스템(가칭)’을 구축하고 있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울산시, 구군 등 관련 기관들의 지원정책이 실제 상인 자영업자들이 체감하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관련 기관들 이를 통해 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통환경은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매출은 지난해 113조원으로,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통시장, 상점가 등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시장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위생문제, 신용카드 사용, 가격미표시 등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고객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마트 주문, 배송시스템 다양화 등 온라인 쇼핑의 장점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상인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들과 적극 협력해 가야 할 부분이다.

울산의 전통시장의 고유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전통시장에 지원하는 사업들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주변 골목상권과 연결성을 높여 한 상권을 이루거나, 전통상권에 골목상권을 조성한다면 두 곳 모두 성공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문화 콘텐츠와 시장주변에 조성된 골목상권을 결합하면 훌륭한 관광 특화거리가 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시장과 인근의 골목상권을 연계해 상생 방안을 찾는 일은 앞으로 시장이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는 데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통시장과 상점가는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담고 있다. 거대 쇼핑시설에 비해 신선한 농산물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최근의 레트로(복고주의, 복고풍) 열풍에 힘입어 전국의 유명시장 등이 새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잘 활용해 명소로 탈바꿈시킨다면 온라인으로 옮겨 갔던 소비자들과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으로 확신한다.

한봉희 울산광역시상인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