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램 검토 앞서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저상버스 확대해야

2020-08-18     정명숙 기자
시내버스는 울산의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의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17%로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최대 공장이 있는 도시인만큼 자가용 보유율이 높은 것이 큰 이유의 하나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의 편의성이 낮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하철이 발달돼 있는 서울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65%를 넘는다. 부산만 해도 43% 이상이다. 울산에서도 대중교통의 다양화를 위해 경전철이 적극 검토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시내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시도가 더 절실하다.

울산의 교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과 함께 부산~울산 광역철도가 개통될 예정이다. 또 송정역(가칭)에 청량리역을 오가는 ITX 개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부 도시로부터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 하지만 울산 시내 수송기능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울산시는 경전철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경전철 2코스가 개통된다고 하더라도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이 높아지기는 어렵다. 지하철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경전철이 도시교통 혼잡도를 더 높일 우려도 없지 않다.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검토는 하되 시내버스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울산시가 노선 개편을 위한 시내버스 이용객 통행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개통에 따른 노선체계 개편 방안, 개별노선제 전환에 따른 업체별 노선 재배분 방안, 버스 전용차로 등 버스 우선 처리 기법 도입 검토, 도시철도 개통에 따른 노선체계 개편 방향 모색 등이 목적이다.

희망노선수요조사도 병행한다. 배차간격, 버스요금, 도착시간표, 첫·막차운영시간, 차량내부 이용편리 등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내버스 노선은 대중교통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버스 노선에 따라 30분 거리를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로 만들 수도 있고, 버스조차 타기 어려운 오지마을의 주민으로 만들 수도 있다.

실태조사를 통한 노선조정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제공이다. 박성민(울산 중구) 국회의원이 최근 3년간 지방자치단체별 저상버스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저상버스도입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인 12.4%에 그친다. 전체 버스 830대 중 저상버스는 103대에 불과하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가장 높은 서울(49.8%)은 2대 중 1대가 저상버스다. 모든 시민들에게는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