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것

2020-08-19     경상일보

우리는 수치화된 세상에 살아간다. 더욱 더 중요한 결과나 판단이 요구되는 곳에서 필수적인 정보 가운데 하나가 숫자일 것이다.

최근 스타트업 IR 자료에 글은 없어도 숫자는 있다. 또한, 자소서에도 글보단 숫자로 표현한다고 한다. 자신을 나타내는데도 이젠 글로 표현하지 않고 숫자로 표현하여 자신의 역량을 수치화하여 정량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숫자를 요구하게 되는가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숫자에는 명확한 판단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 “나는 돈을 많이 벌었다”라고 한다면, 많다는 기준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서 ‘많다’라는 의미가 1만 원이 될 수도, 수천억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방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숫자로 표현하려고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이달 실적이 좋다”는 영업직 의견을 듣고 사업 확장을 하거나 투자의 계획을 세우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달 1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라고 한다면 명확한 사실의 기준으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많은 기업이 스마트화된 공장을 꿈꾼다. 여기서 스마트팩토리의 1차 과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적에 주요한 정보들, 즉 설비가동정보, 노동력 등을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가가 첫 번째 관문이다. 이 수집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거나 수집할 수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딥러닝 또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가지고 해석한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만큼 수치화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전에는 수치화할 수 없던 많은 정보를 이제는 숫자로 변환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의 지표, 삶의 질, 교육의 질, 복지 수준, 부패의 척도, 그리고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도 숫자로 표현하고 그 심각성을 우리는 숫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우리는 모든 정보를 숫자로 변환하여 평가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숫자는 정말로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어떠한 편견도 담지 않은 진실된 것인가? 숫자로 표현된 그 이상을 의미하는 정보는 없는 것인가?

최근 우리 회사에서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타이틀 명목 아래 사람을 숫자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을 숫자로 변환하는 작업과 같았다.

세상에는 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오늘날 같이 급변화하는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는 숫자로 판단하는 능력 그 이상의 통찰력이 필요한 것 같다.

양희종 ITNJ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