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수록 빈곤해지는 빈곤층, 경제활력 방안 찾아내야

2020-08-20     이재명 기자
통계청이 2분기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분기 중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9% 증가했다. 이에 비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8000원으로 2.6% 늘어나는데 그쳤다. 겉으로 보면 빈곤층의 여건이 나아진 것 같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면 역대 최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득의 성격별로 보면 이 같은 통계청의 가계 소득 지표가 착시라는 게 더욱 명확해진다. 일해선 번 돈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5.3%, 4.6% 감소하고 재산소득도 11.7% 줄어들었다. 근로·사업·재산소득 등 주요 가계소득원이 동반 감소한 적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이다. 특히 근로소득은 2분기 고용시장 악화로 취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올해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빈곤층의 생활이 얼마나 궁핍한지 알 수 있다. 분기 중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0%나 감소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율은 불과 4.0%였다. 이는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빈곤층은 더욱 빈곤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일감 자체가 줄어들어 일을 하려고 해도 일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소득 역시 마찬가지다. 2분기 중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26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9% 급감했다. 같은 기간 5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175만9000원으로 2.4% 줄어드는데 그쳤다. 1분위 가구의 감소폭이 6.6배 더 컸던 셈이다.

지출을 보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이 1.1% 늘어나는 동안 5분위 가구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1분위 가구는 교육비까지 37.8%나 줄였다. 교통비나 의류·신발 지출 감소율도 10%에 육박한다.

분배지표 개선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과 다름없다. 실제 처분가능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인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출을 제외한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지난해 2분기 7.04배에서 올해 8.24배로 1.2배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재난지원금 효과를 제외하면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이번 통계를 분석해 보면 결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취약한 빈곤층 가구의 몰락을 재난지원금으로 가까스로 막아낸 것에 지나지 않다.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남발하지 않고서도 경제 활력을 되찾을 획기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