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열강의 초대장

美 대통령 G7→G11 확대 주장하며
한국·러시아·호주·인도 추가 제안
경제력·인구 등 초대받을 자격 충분

2020-08-23     경상일보

미국의 대통령이 G7에서 G11으로 확대하자고 해서 논란이다. 알다시피 G7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이고 여기에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를 추가하자고 하는 제안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보였고 독일도 별로 반기지 않은 눈치다. 경제대국 중국이 후보에 없는 것은 미국의 입장이 중국을 견제하려하기 때문이리라. 이 점에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지만, 정부는 일단 참여하려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세계 열강들만 모인 회의에 초대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열강들의 초대를 받은 한국. 감회가 남다르다. 구한말 열강에 시달리다 결국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를 맞았다. 그리고, 1945년 8·15 해방, 일제에 부역한 자와 항거한 자를 구별할 새도 없이 이번에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다. 전쟁 후 우리는 폐허 위에 남겨진 세계최빈국이었다. 대통령이 회사에 가서 자전거를 완성할 기술이 생겼다고 만세를 부르던 나라. 아등바등 판자집에서 생존을 위해 기약없이 애쓰던 나라. 1977년경 수출 100억달러, 1인당국민소득 1000달러를 달성했다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나라.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열강의 초대를 받은 5000만 국민이 됐다. 우리보다 땅덩이도 자원도 또 축적된 기술력도 많은 나라들과 견주어 밀리지 않는 나라. 그럼 정말 우리는 열강이 불러줄만한 나라가 되었는가? 경제력을 보자. IMF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는 1조6422억 달러로 캐나다 1조7363억달러, 러시아 1조6999억 달러에 이어 10위이다. 5조81억달러인 일본의 약 32% 정도가 된다. 일본의 인구가 1억2600만 정도이고 한국은 약 5100만정도이니 인당 GDP로 나누어 보면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가를 고려하면 한국의 생활이 일본보다 나은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약진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명 이상 되는 나라가 몇 되겠는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를 보자.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은 1인당 GDP가 9770달러, 러시아도 1만1238달러, 브라질은 8920달러, 인도는 2015달러이다. GDP가 높은 나라들은 대부분 인구가 작다. G11 후보인 호주는 인구가 2549만명에 불과하다. 지표만 보면 초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한국을 초대했겠지만, 우리는 국방비를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고 자원을 사와야 하는 핸디캡이 있는 나라 아닌가. 그럼, 다른 사정은 어떨까? 우리는 문맹이 없고 자신의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임이나 밴드에서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한다. 과외를 하지 말고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말리는 나라. 어떤 나라는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중국 등 다른 나라도 교육열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수학능력시험일은 대부분의 국민이 기도하는 날이다.

밤늦게까지 모임을 하지만 총격을 당할 염려에서 자유로운 나라. 넘쳐나는 커피전문점과 오락실 그리고 편의점, 택배기사들이 홈쇼핑의 물건을 쉬지 않고 나르는 나라. 거의 모든 국민이 아파트를 매개로 부동산금융업자처럼 행동을 한다. 정부는 집값을 잡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과 SNS를 즐기는 나라이기도 하다. 주민등록이 정교하게 마련되어 유행병에 대한 대처도 매우 신속 정확하기도 하다. 세금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보험체계, 국민연금체계와 저소득층 보호체계 등 사회안전망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어쩌면 한강의 기적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한다. 배 고파서 못 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욕망에 어찌 끝이 있겠는가.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