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수산물도매시장이 신성장 거점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
2020-08-25 이재명 기자
‘행복타운’이라는 용어는 중의적(重義的)이다. 하나는 한자로 행복(幸福)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행정복합(行政複合, 行複)이라는 뜻이다. 두가지 용어를 뒤섞어 ‘행복타운’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도시의 특징을 잡았다. 업무협약상에는 ‘도시농촌복합 신성장 거점 행복타운 조성사업’이라고 거창하게 명명돼 있다. 이를 쉽게 풀어 보면 아파트를 짓는 사업과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건설하는 사업,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동시에 하겠다는 말이다.
이번 협약에 따르면 울산시와 울주군은 각종 인·허가 절차 등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LH와 울산도시공사는 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2026년까지 4500억원을 들여 약 73만4000㎡ 부지를 개발하게 된다. 행복타운에는 지역 내 농업 관련 시설들을 이전·재배치할 ‘농촌 융복합산업지원센터’를 건립하고 도매시장과 연계한 ‘오픈 마켓형 농수산물 특화거리’를 조성하며, ‘로컬푸드 전용 쇼핑가공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울산 최대의 유통거점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청량읍 율리 일원은 지난해 말, 농수산물 수집·분산 기능을 고려한 접근성과 장래확장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행복타운 조성의 요체는 뭐니뭐니 해도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그러므로 모든 역량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쏟아부어 뒤쳐져 있는 울산의 유통산업을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비로소 제기능을 하며 울산의 새로운 성장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농촌복합 신성장 거점 행복타운 조성사업’이 아파트사업에 치우쳐 자칫 사업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농민들에게는 소득증대를,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신성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