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확진자 급증, ‘전시(戰時) 태세’로 방역강화해야

2020-08-30     이재명 기자
울산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주말을 기해 8명이 발생하는 등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여기다 곳곳에서 ‘깜깜이’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누구를 언제 어디서 접촉했는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는 상황을 통제불능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깜깜이 환자가 많다는 것은 방역의 속도가 코로나19 전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30일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며 사람 간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9~30일 이틀간 울산에서는 무려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의 감염 경로는 서울 광화문집회부터 경기도 안산 소재의 화장품 생산공장, 목욕탕, 병원 등 매우 다양하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알려지면서 30일 울산시 홈페이지는 상세 정보를 궁금해하는 접속자의 폭주로 한때 접속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확진자들이 다중이용시설을 자주 이용하고 있고, 그 중 적지 않은 수가 깜깜이 환자라는 것이다. 85번의 경우 울산 82번 확진자와 23일 울산시 중구의 한 목욕탕에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목욕탕에서 82번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11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 장소에서 82번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157명에 이른다. 88번은 22일 북구 소재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24~29일 남구 소재 의원과 약국을 하루 한차례씩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89번은 개인택시 운전기사로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택시를 운행했다. 27일에는 스텐트 시술을 받기 위해 울산병원에 입원했고, 28일 시술 후 발열 등의 증상으로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89번과 병원 내에서 접촉한 사람만 15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의료진은 60여명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번 유행 확산세가 본격화 한 8월 중순 이후(8월16~29일) 집계된 ‘감염 재생산지수’(전파력) 평균치는 1.5다. 재생산지수가 1.5라는 것은 환자 1명이 주변의 1.5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이 숫자가 1 미만이면 방역 효과로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지만, 1 이상이면 방역에 구멍이 뚫린 상태여서 환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울산의 확진자들은 대부분 목욕탕, 골프장, 당구장, 장례식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통해 감염됐다. 지금까지 하루만에 이렇게 많은 지역감염자가 나온 적은 없었다. 울산시 방역당국과 시민들은 점점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전시(戰時) 태세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거리두기를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