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학교 상징물에 아직도 일제잔재 그대로

학부모회 전수조사 실태결과
교목·교화 등서 다수 발견
고정적 성역할 교육 목표도
시교육청 “자율적 변경 지원”

2019-10-22     김봉출 기자
울산지역 초·중·고교에 일본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교표나 친일인사가 작사한 교가 등 일제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는 22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학교 내 친일잔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부모회는 지난 9월 초등학교 119곳, 중학교 63곳, 고등학교 57곳, 특수학교 4곳 등 학교 243곳의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나 휘장), 교화, 교목 교가 등을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수 조사했다.

초등학교 3곳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고, 이 가운데 전하초는 교표를 변경하기로 했다.

교화·교목 조사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식민통치를 알리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심은 가이즈카 향나무를 30곳이 교목으로 사용했고, 일본 왕실을 상징하고 욱일기 모양에도 활용된 국화도 12곳이 교화로 사용했다.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과 벚나무는 4곳이,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들어온 히말라야시다는 2개 학교가 교화·교목으로 지정했다. 3곳은 친일 인사인 박관수와 정인섭이 노랫말을 쓴 교가를 사용했다.

교표, 교훈, 학교 캐릭터 가운데는 시대에 맞지 않고 성차별적 상징이나,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한 교훈,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의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도 상당수였다.

한 여고는 교표에 여성을 강조하는 한자 女(여자 여)를 사용했고, 또 다른 여고는 교육목표에 ‘한국 여성으로서 곱고, 아름다운 심성을 연마하여’라는 문구를 넣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공장 연기 치솟는 공업의 도시’나 ‘대한의 어린 용사들’ 등 시대에 맞지 않는 교가 가사도 있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미래세대 학생들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번 조사가 학교 내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자체 조사 결과와 학부모회 조사 결과를 정리해 해당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다”며 “학부모, 학생, 교직원, 동창회 등의 의견 수렴과 합의를 거쳐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