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 성장지원금, 심각한 국가적 재난상황 감안해야
2020-08-31 이재명 기자
그런데, 코로나19로 전국에서 감염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인 와중에 느닷없이 성장지원금을 나눠주겠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의아할 뿐이다. 코로나19는 지금 서울과 경기도 일원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청정지역에 가까웠던 울산까지도 확산돼 연일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확산세로 가다가는 지난 3~4월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이미 9월1일을 기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기정사실화되자 울산 전역의 경제도 서서히 얼어붙고 있다. 이번 주에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울산은 헤어나기 힘든 어려운 고비에 처할 수 있다.
청소년 성장지원금의 취지는 누가 보아도 좋다. 청소년들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부여해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모든 지자체가 코로나19의 확산을 꺾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15억원을 넘는 예산을 쏟아붓겠다는 발상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더욱이 이 예산은 울주군민들이 직접 낸 피같은 세금이 아니던가.
울주군은 청소년 성장지원금을 교통비와 악기·도서·화구 등을 구입하는데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 18세의 청소년들은 대부분이 대학생이어서 이미 다른 취미를 갖고 있거나, 또는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하지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9월 중 입법 예고 및 의회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군수는 “청소년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주인공이자 희망인 만큼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꿈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공약은 무턱대고 지키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히려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 더욱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 성장지원금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줄 수 있다. 지금은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더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