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왜 장애인을 위한 ‘쇼핑 카트’는 없나요
한 일화를 소개한다. 10여년 전 한국장애인협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방문단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런던 킹스턴카운슬 뉴몰든에 있는 영국 대표적인 식음료 슈퍼마켓 체인인 웨이트로즈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방문단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쇼핑카트였다.
방문단은 휠체어에 탄 채로 사용할 수 있는 쇼핑카트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출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휠체어에 장착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쇼핑카트를 보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선진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벌써 10여년 전 이러한 정책이 실행되고 있는 선진국에 대한 부러움과 우리가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현실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 조사기관의 자료를 보면 국내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 인식이 사회적으로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애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이런 낮은 사회적 공감은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대형마트에서 높은 곳에 진열된 상품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휠체어를 밀면서 동시에 앉은키보다 더 큰 쇼핑 카트를 밀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실제 사용자의 사례이다. 대형마트를 찾은 휠체어 사용자인 장애인 A씨는 이번에도 카트 보관소를 지나쳐 매장 안으로 향하고 있다. 쇼핑 카트를 밀 수 없고, 밀어줄 사람도 없으니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고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일부러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한가한 저녁 시간대 쇼핑을 나왔지만, 늘 그렇듯 쇼핑 자체는 어려운 과제다.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없는 A씨는 손이 닿는 위치의 매대 위 상품만 간신히 몇 개를 살 수 있다. 항상 마트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쇼핑리스트는 늘 ‘손이 닿는 곳’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 상품마저도 일반 쇼핑 카트를 이용할 수 없어 과자봉지, 소시지, 요구르트 한 묶음 등 상품들이 한가득 무릎 위에 쌓아 올려져 있다. 자칫 무릎 위에서 상품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곤란하기에 이동 시에도 조심해야 한다. 좁은 통로에서 다른 쇼핑카트와 부딪히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동시에 양 손은 전동휠체어를 작동하느라 쉴 틈이 없고 두 눈은 필요한 물품을 찾느라 바쁘다. 쇼핑을 마친 A씨는 기진맥진 계산대를 통과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대형마트로 쇼핑을 나오기까지 큰 각오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에서도 한 장애인 단체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공모전’에서 장애인을 위한 쇼핑카트가 두 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환기된 바가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상용화 된 사례는 없다. 대형마트 등에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약자만의 주장만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에 기업과 대형마트, 백화점과 업무협약 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조작·운전이 편리한 장애인용 카트 도입을 전국 최초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울산시에 제안을 해본다.
전동, 수동 등 휠체어의 종류에 따라 부착 방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카트 또는 바구니를 마련한다면 훨씬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을 것이다. 활동지원사없이 장애인 혼자 쇼핑을 하는 경우를 대비해 마트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한 인력을 배치하고 쇼핑 지원 서비스를 해준다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쇼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책방향에 대해 공감 형성이 된다면, 추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시간 등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기업들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장애인, 이동약자들의 편의에 좀 더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라며, 나의 작은 양보가 다른 사람에겐 꼭 필요한 일이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 울산은 좀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