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가을 태풍, 일상이 되나
최근 이상기후현상으로 기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상 망명족’이란 웃지 못할 집단명칭까지 생길 정도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수집의 국경이 사라진 요즘 기상청의 태풍예보는 물론, 해외 기상청의 수치모델자료까지 직접 챙겨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해 첫 가을태풍 ‘마이삭’이 북상하고 있다. 가을 태풍인 9월 태풍은 최근 10년(2001~2010년)간 4개가, 10월 태풍은 지난 20년간(1981~2010년) 3.6개 발생해 10년에 1번꼴로 드물게 나타났다. 빈도수는 적었지만 한번 왔다하면 기록의 기록을 경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와 바람의 태풍기록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역대급 태풍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역시 가을 태풍이다. 바다는 육지와 다르게 여름철 내내 해수온도가 오르다가 가을의 시작 무렵에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태풍에게 최고의 에너지원이 된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은 태풍을 한반도 내륙으로 향하게 만드는 길을 터준다.
태풍은 열대해상의 더운 바닷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만들어진다.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세력이 더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심 기압이 낮고 더 강해지면서 파괴력이 커지는 것이다.
2016년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가 지속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한 해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최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숫자가 연평균 3.1개에서 6개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기상청 국립태풍센터는 기후변화로 인해 21세기 말까지 태풍의 강도가 최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9호 태풍 ‘마이삭’의 영남지역 관통에 이어 10호 태풍 ‘하이선’도 한반도를 목표삼아 괌부근해상에서 북상중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동경로를 예측할 수 없지만,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수치예보모델 자료는 6일 오후 일본 규슈를 스쳐지나 남해안에 상륙한 뒤 곧장 수도권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기상청 모델인 GFS와 우리나라 기상청은 태풍의 이동결로를 좀더 동쪽으로 보고, 일본 규슈를 지나 동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태풍은 진로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이 유동적인 태풍이라는 거대한 자연에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태풍특보가 발효되면 태풍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강풍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침수 위험지역에서 역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