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이삭 가니 하이선이…정전피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2020-09-03     이재명 기자
한반도 동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마이삭은 집중호우보다는 역대급 강풍을 몰고 와 곳곳에 정전 피해를 안겼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울산 지역에 총 152건의 시설피해가 접수됐는데 그 중 정전 피해가 80건에 달한다. 최대 400㎜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이라 예고와는 달리 일부지역에서는 순간최대풍속이 165㎞/h(46㎧)에 이를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전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많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교통 신호기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 기업, 학교 등 도시 전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고압선까지 절단했다. 정전이 이어지자 주민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아파트 주민들은 정전 복구가 안 돼서 냉장고 음식들을 다 버려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학교도 정전 피해가 잇따라 고등학교 17곳, 중학교 12곳, 초등학교 21곳, 유치원 33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84곳이 전기가 끊겨 한때 학교 업무가 중단됐다. 현대차는 시내 곳곳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전 6시50분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지각해 한때 공장 곳곳이 가다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특히 교차로 교통 신호기 1443개 가운데 133개가 꺼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전사태가 일어나자 수돗물과 가스공급까지 끊겼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산업단지에서 큰 정전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울산은 대규모 국가공단이 있어 공단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예상 밖의 강풍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전 발생이 너무 많았다. 복구도 몹시 더뎌 일부지역에서는 하루종일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전과 울산시는 하루빨리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전을 태풍이라는 자연재해의 일부라고 할 수는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더 큰 태풍 ‘하이선’이 올라오고 있다. 10호 태풍 하이선은 오는 6일 오전 9시께 중심기압 920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53m로 가장 세력이 세져 서귀포시 남남동쪽 710㎞ 해상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속 53m는 초강력에 가까운 세기로, 환산하면 190.8㎞에 달하며 위치에 따라 콘크리트 집도 무너지는 세기다. 7일 새벽 남해안에 상륙한 뒤 대구, 춘천 부근을 거쳐 북한 원산 주변을 지나갈 전망이다.

하이선의 경로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도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돼 있는 만큼 각별한 대비를 해야 한다. 마이삭보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마이삭이 거쳐간지 불과 하루밖에 안돼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지만 빠른 복구와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정전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