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021년 소방정 배치 기대감 접어야 하나

내년도 국가예산 1척만 배정
울산항 화재·폭발 위험성 높아
서범수 의원 우선 배치에 노력

2020-09-06     이왕수 기자
지난해 9월 울산 동구 염포부두 폭발사고를 계기로 고성능 소방정 배치 가능성이 높았던 울산에 비상이 걸렸다. 기대와 달리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소방정 1대 도입 예산만 반영되면서 부산 등 타 도시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범수(울산울주) 국회의원은 지난 4일 울산시소방본부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서 의원 등에 따르면 소방청은 국가항만 화재 등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도부터 국가사업으로 소방선박 통합운영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소방선박 통합운영사업은 소방선박 8대, 청사 8곳, 소방선박 관리시스템 도입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총사업비 192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해당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당초 소방청은 소방선박 4대 도입을 요청했지만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는 소방선박 1대 도입을 위한 선박·청사 설계비 13억원이 반영됐다.

소방선박은 1대당 약 254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500t 규모이다. 20노트(시속 37㎞) 이상 속력, 1분당 최고 19만ℓ의 방수량, 수직으로 최대 80m 이상 방수거리 등의 성능을 가진다. 5t 규모의 인명구조정도 탑재할 수 있고, 화재진압, 수상구조, 구급서비스, 예인, 방제업무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9월 염포부두 폭발사고를 계기로 고성능 소방정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시 염포부두에 정박해있던 2만5881t급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났다. 위험액체화물이 담긴 28개 탱크 중 2곳에서 사고가 나며 불기둥과 함께 유독가스가 유출됐고, 나머지 26개 탱크로 화재가 이어지면 초대형 참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울산이 보유한 장비로는 진화에 역부족이었다. 울산의 요청으로 사고 발생 4시간만에 도착한 부산해경 소속 3001함(3200t급)이 1분에 13만ℓ의 물을 쏘며 겨우 진화했다.

울산항의 경우 석유화학 등 화재위험성이 높은 액체화물 취급비중이 약 80%인데다 전국 액체물동량의 29.3%를 취급하는 전국 1위 액체물류항이라는 점에서 대형 화재에 대비한 고성능 소방선박 배치가 필요하다.

서범수 의원은 “소방청,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를 상대로 울산항이 처한 특수성을 제대로 설득해서 울산에 소방선박이 최우선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