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화강국가정원 태풍 피해 심각…개발보다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2020-09-07 정명숙 기자
태화강국가정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호우가 몰아치는 기후변화로 인해 근래 들어 수시로 물에 잠기고 있다. 울산을 물바다로 만든 2016년 태풍 차바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에도 태풍 미탁으로 인해 국가정원이 흔적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올해도 7일 불어닥친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 태화강국가정원은 완전히 잠겨 버렸다. 무궁화정원과 오산광장까지 물바다가 됐고, 실개천의 다리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은하수길의 대나무는 이미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20~30%가 쓰러져 버렸다.
태화강국가정원은 태풍에 취약하다.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만조와 겹치면 강수량이 많지 않아도 잠길 가능성이 높다. 또 상류지역의 사연댐과 대곡댐 등에서 물을 방류하게 되면 하류에 비가 많지 않아도 물바다가 되곤 한다. 이번 태풍 하이선은 대암댐 상류인 삼동지역에 208.5㎜의 폭우를 쏟았고, 대곡댐과 연결된 두서지역도 178㎜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앞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할 계획으로 있어 더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을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국가정원에 새로운 시설을 하거나 백리대숲을 조성하는 것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울산시는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과 별도로 국가정원의 침수 피해를 막는 항구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다행이겠으나 아무래도 하천을 낀 국가정원이 자연재해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울산시민들의 힐링공간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하고 꽃단장을 해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보다 울산시민들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일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자연 그대로의 하천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곧 자연형 하천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한 취지이자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