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긴 태화강국가정원…태풍때마다 몸살
울산 상륙한 하이선 영향
태화강 범람으로 물바다
수목·화초 등 강풍 직격탄
고질적 문제 다시 드러내
암각화 위한 수문설치 땐
침수요인 더해져 市 고심
2020-09-07 이춘봉
특히 태화강국가정원은 산책로에 갈매기가 떠다니는 등 마이삭과 하이선의 직격탄을 맞았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 하천 인근에 위치해 매년 강풍과 침수에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울산시는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풍 피해 상흔 그대로
7일 찾은 태화강국가정원. 태풍 하이선이 뿌리고 간 비로 범람한 태화강물이 실개천 수위를 높이는 바람에 무궁화정원과 오산광장 일원까지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실개천 내 다리는 완전히 잠겨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십리대숲 축구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강물은 산책로를 삼킨 뒤 축구장 인조잔디 코앞까지 불어났고 축구장 골대는 모두 강풍에 넘어져 있었다.
이날 태화강 최고 수위는 오전 11시20분 4.45m로 외곽에 위치한 수생식물원 침수 직전까지 갔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지난 3일 내습한 태풍 마이삭의 상흔이 채 지워지지 않았다. 당시 불어친 강풍을 이기지 못한 십리대숲 은하수길 일원 대나무는 20~30%가 쓰러져 있었다. 국가정원 내 일부 시설물은 결박에도 바람에 넘어가 있었고, 수목과 화초류도 적지 않은 강풍 피해를 입었다.
부인과 함께 태화강국가정원을 찾은 마재영(72·중구 태화동)씨는 “어제까지 매일 지나다니던 해바라기밭 산책로에 갈매기가 둥둥 떠 있다”며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만큼 앞으로 태화강국가정원 관리에 어려움이 클 것 같아 걱정이다”고 밝혔다.
◇국가정원 일부 물에 잠겨
태화강둔치는 태화교를 중심으로 태화강 수위가 4m를 넘어가면 중구 성남동과 남구 신정동 인근 하류부터 침수된다. 국가정원이 시작되는 태화교 상류 역시 침수를 피하지 못한다.
태풍 하이선이 영향을 미친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울산의 평균 강수량은 133.8㎜ 수준이었다. 지난해 태풍 미탁 내습 당시의 평균 172.5mm와 비교하면 많지 않은 양이다. 그럼에도 태화강국가정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는 상류 쪽에 집중된 호우 탓으로 분석된다. 태화강 범람은 태화강 상류지역에서 유입된 강물에 사연댐과 대곡댐 등의 방류, 하구의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심화된다.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비가 그쳤지만 수위가 계속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암댐을 통해 태화강과 연결되는 울주군 삼동지역의 강우량은 이날 울산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208.5㎜를 기록했고 특히 시간당 최대 41.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대곡댐과 연결된 두서지역 역시 178㎜(시간당 최대 32㎜)의 비가 내렸다.
◇시 침수·강풍 대책 모색 골머리
하천 정비로 2000년대 들어 잦아들던 침수는 2016년 태풍 차바, 2019년 미탁, 올해 하이선 등의 내습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고 호우 시 집중 방류할 경우 태화강국가정원은 지속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국가정원 지정 후 연간 관리비로 국비 21억에 시비 21억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태풍 피해가 커질 경우 관리비 추가 투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시는 근본적인 침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사연댐 수문 설치 등과 맞물려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강풍 대책 수립이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을 중심으로 한 피해는 산책로 조성에 따른 바람 이동의 영향으로 추정되는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은하수길을 폐쇄하기도 어렵다.
이에 시는 태풍 예보가 발령될 경우 시설물을 결박하거나 장소를 이동하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향후 시설물을 추가 설치할 경우 안전성을 강화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과 별도로 국가정원의 침수 피해를 막는 항구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이 반영돼 사업을 실행할 경우 침수 피해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