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문화(15)]미국인들은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나
트럼프 저학력 백인층 타깃으로
무역전쟁 등으로 지지 얻었지만
재선 앞두고 코로나에 발목 잡혀
“그런데 미국인들은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나요?” 지난달 12일자 ‘심리전문가들이 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라는 칼럼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다. 최근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약 13% 정도 인상한 잠정안을 양국 대통령에게 재가를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한국인은 “끔찍”하다라고 하면서 한국의 분담금을 잠정합의한 1조원에서 6조원으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미국 정치인들의 반발에 이어, 다수 한국인들은 그 액수의 터무니없음에 크게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다. 그의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언행은 미국 대통령의 품격을 훼손하고 있다. 그가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사람이라서 국가의 중책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미국 심리학자들의 집단 의견표명이 있었다. 그러나 그를 여전히 추종하며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막말과 충동적 언행이 나름 의도와 전략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6년 아웃사이더 정치인 트럼프에게 누가 투표하였나를 BBC는 5가지 기준으로 분석했다(2016년 11월9일) 성, 연령, 소득기준, 인종, 대학졸업 여부 등. 투표 기준과 관련한 결과분석에 필자의 해석을 덧붙인다. 1)남성-여성 기준으로 볼 때, 트럼프는 남성투표자에서 약간, 힐러리는 여성투표자에서 약간 앞섰다. 2)연령 기준으로 볼 때, 트럼프는 45세 이상 유권자에서 약간, 힐러리는 18~44세까지에서 약간 앞섰다. 3)소득기준으로 볼 때, 5만달러 이하 투표자 그룹은 힐러리에 우호적이었고, 5만달러 이상 투표자 그룹에서는 트럼프에 우호적이었다. 10만달러 이상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인종 기준과 대학졸업 여부 기준이다. 4)인종 기준으로 볼 때, 투표자 70%에 달하는 백인그룹의 경우, 트럼프는 58%로 힐러리 38%를 상당히 앞섰다. 투표자 27%의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비(非)백인 그룹에서는 힐러리가 트럼프에 약 75대 25로 압도적으로 앞섰다. 영리한 트럼프는 여기에 희망을 건다.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흑인사망 항의시위에 강력 대응하여 시위가 격화하면 할수록, 투표자 70%에 달하는 백인들의 안정 희구심리는 자극되어 자신의 지지자가 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비윤리적이다. 그러나 승부수는 맞다. 5)대학졸업 백인 투표자 그룹에서는 트럼프가 힐러리에 약간 앞서는데 비하여, 대학졸업을 하지 않은 백인그룹에서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67대 28로 압도적으로 앞섰다. 그리고 비백인 투표자 그룹에서는 대학졸업여부와 상관없이 힐러리가 약 73대 27로 앞섰다. 트럼프의 승부사 기질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 유식하고 점잖은 교양인 대신에, 사회에 불만많은 대학졸업하지 않은 백인그룹에 초점을 맞춘다. 중고등학교만 졸업한 백인 노동자 그룹을 자신의 득표 목표로 삼는다. 이들을 위하여 절차는 무시되고 수단방법은 가리지 않는다. 절차를 준수하고 수단방법을 가리는 것은 기성 미국 여야 정치인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백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확장하기 위하여, 중국과 무차별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한국-일본-유럽-캐나다-중남미와 맺은 기존 통상협정을 파기협박하고, 미국 위주로 수정된 통상협정을 맺는다. 백인 노동자들은 환호한다. 한국의 삼성, LG, 현대자동차도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추진 중이다. 미국 백인노동자들은 기뻐한다. 코로나 사태이전에는 트럼프가 비록 우방국과 적대국의 손목을 비틀었을지라도, 미국노동자들에게는 대단한 성과를 내었기 때문에 지지율이 누구보다도 앞섰다. 그런데 코로나가 트럼프의 재선을 방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트럼프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지만 코로나의 손목을 비틀 수는 없으므로, 트럼프에게는 고난의 시간이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