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다시 가을이 온다

2020-09-09     경상일보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가 무색하게도 하늘은 너무 청명하다.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은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한지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폭풍과 폭우를 동반해 인명과 재산상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 주다 보니 매년 여름이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여겨진다. 올해는 특히 긴 장마에 이어 태풍이 찾아왔고, 기후변화의 한 현상으로도 여겨지는 가을 태풍이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입혔다. 예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어 빠른 피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 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곳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태풍은 사실 순기능이 많다. 강한 바람으로 바닷물을 한번 뒤집어 놓음으로 수심 깊은 곳까지 바닷물을 정화시키고 폭염으로 인한 해안가의 적조현상을 해소하는 등 바다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활성화시킨다. 대기도 뒤집어놓아 맑게 정화시키고, 폭염 현상도 한풀 꺾이게 된다. 태풍이 지나간 황량함과 어울리지 않는 하늘은 청명하다 못해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드는 이유일 것이다. 육지의 각종 병충해를 쓸어가고, 부실한 나뭇가지를 자연적으로 가지치기 해 주어 더 건실하게 자라도록 해준다. 도로의 나뭇가지들은 쓰레기 일지라도 산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는 곧바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저위도와 고위도 사이에서 열에너지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태풍이 에너지를 순환시켜 지구의 열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는 기능도 한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지구 곳곳에 이상고온과 한파가 몰아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가을 태풍이란 말이 생겼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이 역시 여름 태풍으로 분류되어야 할 때가 멀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또한, 최근에는 매년 강한 태풍들이 더 많이 생기는 듯하다. 자연의 순기능으로 작용해야 할 것들이 인간의 편리함과 이기심으로 역기능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인간의 의지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평소에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자연의 순기능이 우리의 삶에 이롭도록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도 막대한 사회적 피해를 입히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처할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또, 지금 사회 곳곳의 어려운 상황들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여름에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왔었다. 이번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울산도 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씩 늦어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다시 가을이 오고 있다. 예년과 다른 가을을 맞으며, 출근길 즐겨듣는 라디오에서 얘기되었던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밌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는 어떤 책을 인용한 구절이 계속 되뇌어지는 지금이다. 지난 계절의 힘듦이 태풍이 쓸고 가듯 떠나가고 새로운 계절을 맞는 설렘이 다음 계절에도,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정보광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