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지역경제 지킨 울산 동구보건소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2020-09-10     이재명 기자
세계적인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근로자 2000여명이 초유의 집단적인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최근 현대중공업 근로자 가운데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확진자가 근무했던 건물 전체에서 기존 확진자 6명 외에 별도의 확진자가 없다는데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이렇게나마 조기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울산경제 전반을 휘청거리게 만들 뻔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현대중공업 코로나 사태 수습의 일등 공신은 일선에서 밤잠 안자고 일했던 동구보건소 직원들이라 할만하다.

2000여명을 대상으로 60여명의 직원이 하루 만에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수천명의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간격을 지키면서 순번대로 검사를 받는 것도 노동이지만, 보건소 직원들이 수천명의 얼굴을 일일이 마주하면서 검사를 하는 것은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 직원들은 조그만 실수 하나로도 코로나가 울산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만큼 이름을 몇번이고 대조하고 얼굴을 확인했다. 직원들이 근로자들의 검사를 끝낸 것은 오후 8시쯤. 이번에는 서류작업에 매달려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 코로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일초라도 빨리 검사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10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오후부터 정상근무를 시작했다. 이번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는 울산시 역학조사관이 내렸다. 방역당국은 우물쭈물 하다가는 코로나의 확산이 시간문제라고 판단해 즉시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비상체제로 들어갔다. 다행히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으나 대신 보건소 직원들은 녹초가 됐다. 지난 2월부터 8월초까지 했던 검사 인원보다 어제 하루 동안 처리한 인원이 더 많았다고 한다.

9일 전대미문의 코로나 검사는 끝났고, 현대중공업 사업장은 이전과 다름없이 가동됐다. 그러나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도 언제 어디서 방역의 허점이 드러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 보건소 직원들과 같은 사람들의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시민들은 그 사람들의 희생을 알아주어야 한다.

울산에는 두 종류의 전사들이 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방역전사들이 있고, 산업전선에서 싸우는 산업전사들이 있다. 이번에 동구보건소 직원들이 올린 전적은 시민들 모두가 칭찬할만한 성과다. 방역전사들이 산업전사들을 지킨 셈이다. 아직도 울산에서는 매일 3~4명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방역전사들의 계속적인 역할에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