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노적성해(露積成海)의 마음으로

2020-09-10     경상일보

어렵고도 힘들게 울산시의회 원 구성이 마무리 됐다. 불민(不敏)한 필자가 제2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지막을 뒤늦게나마 찍을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안겨주었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이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합의추대해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박병석 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야당 몫의 제2부의장답게, 울산시의회가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고, 여야간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교역할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 울산시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자리싸움이니 감투싸움이니 하는 좋지 않은 이미지만 심어줬다. 다시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협치의 출발은 상호 존중과 배려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굴복을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다. 다수당은 소수당을 배려하고, 소수당은 다수당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때, 정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두 개의 큰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첫 번째 터널은 경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대기업 사업장이 많은 울산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출 부진은 생산 감소를 불러오고, 생산 감소는 일감 축소와 일자리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불황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업 경제의 위축은 골목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텅 빈 지갑과 텅 빈 곳간에서 인심이 생길 순 없다. 지갑과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당장 옛날의 호황을 기대할 순 없지만, 골목 경제의 붕괴를 막는데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수출의 빈 구멍을 다 메울 순 없지만, 내수 활성화로 벌어진 틈새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그래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사업의 조기발주와 함께 지역업체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자금이 지역내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야당을 대표하는 부의장으로서 집행부가 이 같은 방침 아래 정책과 사업을 추진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협력할 것이다.

두 번째 터널은 코로나 사태다. 백일간 지역내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등 나름대로 울산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청정지역을 사수하면서 선방해왔다. 의료진과 공직자,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로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울산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경로를 알 수 없는 N차 감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방역에 구멍이 없는지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섣부른 낙관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입구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진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야 할 것이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늦춰서도 허투루 다뤄서도 안 된다. 그 또한 울산시의회가 뒷받침할 것이며, 필자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여야를 떠나 지금 우리는 정당과 정파로 갈라져 싸울 여유가 없다.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의 마음으로 시민 모두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방역에도 성공하고, 경제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기에, 울산시의회 부의장으로서 필자는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 시민의 삶을 챙기는 일하는 울산시의회로 시민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도록 심기일전(心機一轉)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안수일 울산시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