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지방이 무너진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수도권에 집중
전국 228개 자치단체 39% 소멸위험
국가의 명운 달린 균형발전 서둘러야

2020-09-14     경상일보

지난달 말 일제히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코로나 와중에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앞선 것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총 인구 5184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예측에 의하면 수도권 인구집중은 갈수록 심화되어 지방인구는 더 감소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조사결과는 현재 지방이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지방에서 특히 서울로의 순유입이 급증하면서 3년 연속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수도권 유입인구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전출인구는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젊은이들은 수도권으로 몰려오고, 나이든 사람들은 지방으로 나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부산, 경남, 대구 등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 울산도 2016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다. 지방경제의 붕괴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교육 문화 여건이 악화되면서 지방의 청년들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 지방에는 노인 인구만 남게 되어 인구가 더욱 감소하게 될 것이며, 결국 지방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의하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39%인 89곳이 앞으로 사라질 ‘소멸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두면 지방이 무너지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해 왔으며,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지역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위해 분권 개헌안도 마련하고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였으며, 지역이 요구하는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등 나름대로 지역발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현 정부 들어 지방인구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지역발전 이슈가 이른바 ‘적폐청산’ 등 과거를 정리하는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묻혀서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 비해 지역균형발전을 언급하는 강도나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총선 이후에는 더욱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정부와 여당이 제안하는 무수한 법안에도 지역발전과 관련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발전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상당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수도이전 이슈만 해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이에 대한 불만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던졌다가 세종시 집값만 급등시키고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수도 이전은 소멸하는 지방에 활력을 줄 수도 있는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만 것이다. 또한 균형발전 논리를 수도권과 지방간의 대립과 갈등관계로 몰고 가려고 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 이전과 같이 수도권을 눌러서 지방을 살리려는 접근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제로섬(zero sum) 게임에 불과하며, 인구분산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의 감소, 특히 지방인구의 감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지방이 사라지면 결국 대한민국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역균형발전 이슈를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수적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입하여 접근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제시했던 ‘지방분권국가’의 청사진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도록 남은 임기 동안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