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시조산책(73)] 반송 - 조경선

2020-09-16     홍영진 기자

칼바람에 깜짝 놀란 비둘기의 날갯짓
몇 밤을 파르르 떨며 다문 입이 말랐다
푸른 날 던져진 나처럼 찢겨 온 첫 시집

깊은 골짜기에서 길을 잃고 윙윙거리며 돌아다니다 시퍼렇게 날을 세워 치훑고 내리훑고 불어대는 왜바람은 ‘비둘기 날갯짓’. 주인을 찾지 못하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되돌아온 우편물, 시인은 지나간 젊은 날에 잠시 천길만길 떨어졌던 한때를 생각한다.

찢어져 너덜거리는 걸음으로 되돌아온 ‘첫 시집’을 보는 순간 얼마나 심산했을까. 숨소리를 낮추고 마른 입술마저 앙다문 채, 우편함에 담겨있는 ‘푸른 날’의 그 시집! 김정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