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보상예산 동나자 불법광고 또 난립

5개 구·군 올해 3억여원 편성
9월까지 4200만건 정비 효과
예산 대부분 소진…사업 중단
도심 곳곳 불법광고 다시 기승
과태료 강화 등 강력대책 지적

2019-10-24     김준호
#사진작가 A씨는 지난 10월19일 태화강 국가정원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울산을 방문했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태화강의 굽이치는 물결과 전경을 찍기에 가장 좋은 장소인 남구 남산 자락에 올라 카메라를 드는 순간 그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태화루보다 뒷편 건물에 부착된 대형 불법현수막이 더욱 도드라졌기 때문. A씨는 몇차례나 해당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지만 몇일 동안 불법현수막은 내려가지 않았다.

최근 울산 곳곳에 아파트 분양 등 불법광고물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정비된 불법광고물은 약 4200만건. 문제는 불법광고물 정비에 있어 가장 효과가 큰 수거보상제 예산이 조기 소진된 이후 불법이 더욱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지만 관련 예산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불법광고물 4198만여건을 정비했다. 구·군별로 보면 남구가 약 2383만건, 중구가 1030만건, 북구가 375만건, 울주군이 365만건, 동구가 44만건 순이다.

불법광고물 정비건수의 대부분은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통한 것이다.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는 주민들이 직접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면 종류별로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제도로, 난립하는 불법광고물에 비해 부족한 단속인력을 채워주는 동시에 적절한 보상을 통한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커 울산 5개 구·군 모두 시행중이다.

문제는 올해 5개 구·군이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예산으로 전체 3억8600만원을 편성했는데, 예산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라는데 있다.

실제로 동구와 북구는 지난 7월, 중구와 남구는 지난달과 10월에 각각 예산 소진으로 사업을 중단했다고 시는 밝혔다. 울주군도 남은 예산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문제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세 감소 등의 이유로 예산이 더욱 쪼그라들면서 정비실적도 덩달아 줄었다.

실제로 조선업 불황을 직격탄으로 맞은 동구의 경우 지난 2017년 불법광고물 수거보상 예산으로 5600만원을 편성했지만 지난해 3000만원, 올해는 1000만원으로 예산이 급감했다. 당장 2017년 369만건에 달하던 불법광고물 정비건수도 지난해 119만건, 올해 9월 기준 44만건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예산을 월별로 나눠 균등하게 집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주민들이 불법광고물을 갖고 오고도 보상을 못받아가는 경우가 생겨 또 다른 민원이 생길수도 있다. 월별로 얼마나 소진될 지 예측도 불가능하다”며 “매년 수거보상제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세수 감소 등으로 재정이 녹록지 않아 후순위로 밀려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도시 품격이 한단계 높아진 상황에서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광고물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수거보상제 예산 확대와 자체 단속 및 과태료 강화 등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