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 흡연구역 지정에 화재 위험 높아

화재발생 원인 상당수 담배꽁초
분리수거장 대표적 화재취약지
공동주택서는 흡연장으로 유도
금연구역 지정 등 대책 세워야

2019-10-24     김현주
대표적인 화재 취약지로 꼽히는 재활용품분리수거장이 상당수 아파트나 빌라 단지 내에선 도리어 흡연구역으로 이용되면서 화재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담배꽁초 등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전체 화재 발생 건수의 절반을 넘는 만큼 화재 취약지에 대해선 금연구역 지정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3일 재활용품 쓰레기를 들고 재활용분리수거장을 찾은 신모(여·56)씨는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다른 입주민과 마주쳤다. 남성의 바로 뒤에는 분리수거를 위해 모아둔 폐지가 잔뜩 쌓여있어 자칫 불티가 튈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28주차 임산부인 이모(29)씨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씨는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데 담배 냄새도 심하고 무엇보다 화재 위험이 높아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 역시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이나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일 울주군 범서읍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소방당국은 주민들이 쌓아둔 쓰레기더미 인근에서 흡연을 하고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나 빌라 등에선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이나 그 인근에 담배꽁초용 쓰레기통을 가져다두고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리수거장을 아예 단지 내 흡연구역으로 지정한 아파트도 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담배연기로 인한 세대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공간인 분리수거장을 흡연공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른 아파트들도 분리수거장을 흡연 공간으로 쓴다”고 말했다.

분리수거장은 소방당국이 꼽는 대표 화재 취약지 중 한 곳이지만 분리수거장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흡연을 막을 방법이 없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분리수거장이 흡연구역으로 이용되면서 무심코 버리는 담배꽁초로 화재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정확한 실화자를 찾기 어려워 처벌도 어렵다. 분리수거장 주변에서 흡연을 하는 걸 최대한 자제하고 담배를 끌 땐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