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인사청문회,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2020-10-25     이왕수 기자

‘울산시의회가 지방공기업 임용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사청문회, 과연 필요한 것일까.’ 시의회가 지난 21일 진행한 김연민 울산경제진흥원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이같은 의문이 생겼다.

청문회 내용을 우선 살펴보면 김 후보자는 자신이 경제진흥원장으로서 적임자인지 청문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게 중론이다. 특위는 후보자에게 자기소개를 포함해 직무수행계획을 15분 이내에서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장 후보자로서 경제진흥원을 이끌어 가기 위한 계획이나 포부, 비전 등을 많이 고민했겠지만 시간 관계상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달라는 의미로 제한 시간을 뒀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답변을 시작한 김 후보자는 직무수행계획까지 발표하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김종섭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짧은 답변에 당황하며 “끝났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진 질의·답변에서 경제진흥원의 기본적인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원장이 되고자 하는 이유로 “전공분야가 산업공학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들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겠다”는 등의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경제진흥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중소기업 판로개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지역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였다.

자신의 관심 분야인 부유식해상풍력과 수소경제 등과 관련해선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한 답변을 한 것과는 너무 대조됐다.

사실 인사청문회는 최종 면접의 연장 선상이다. 왜 지원했는지, 원장으로서 기관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핵심 추진 전략이 무엇인지 등 나올 수 있는 질문이 크게 다르지 않다. 면접 준비만 제대로 해도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지난 2018년 송철호 시장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송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부유식해상풍력사업을 최초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어느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원장 후보자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0여년간 산업경영을 가르친 학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을 수 있지만 경제진흥원장 최종 임용후보자로서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바람에 면접 전부터 이미 원장으로 내정된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또다시 송철호 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낳게 됐다.

여당이 다수인 인사청문특위 역시 ‘경제진흥원 핵심 업무에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지원 동기가 부족해 보인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뒤로하고 짜맞추기식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인사청문제도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물을 임용하는 소위 ‘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로 지난 2018년 12월 울산시와 시의회간 협약을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자질 검증보다는 단순히 내정자가 거쳐가야 할 하나의 요식 행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wslee@ksilbo.co.kr

이왕수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