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마스크 단상(斷想)
1918년 스페인 독감 겪으며 대중화
코로나 사태속 기능·패션으로 진화
마스크 의무화에 긍정적 시각 필요
어느덧 적응한 듯 하다. 운전할 때도, 가끔씩은 귀가해서도 잠깐 마스크를 쓰고 있는게 그리 낯설지도 않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감염 예방용 마스크 착용이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 비하면 엊그제 상강(霜降)을 지난 요즘이야 오히려 마스크가 차가운 공기도 막아주니 따뜻하고 편안할 지경이다.
마스크의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나 요즘과 같은 마스크는 세계 1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스페인 독감을 거치면서 널리 사용된 것이다. 100여 년 전의 사진을 보면 오늘과 어쩌면 그리도 흡사한지, 더군다나 당시 시애틀의 전차를 타려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했어야 했으니 요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 탑승이 제한되는 것의 데자뷔로 보인다. 흔히 서양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이유로 얼굴을 가리기 싫어하는 문화적 습관을 주장하는데 100년 전 2년 넘게 팬데믹으로 지구촌을 강타한 당시 풍경을 보면 의외라는 느낌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마스크도 많은 발전을 해왔다. 통상 환절기 감기로 쓰는 방한 마스크는 면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위로부터 호흡기와 얼굴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황사용 마스크는 부직포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특수필터가 내장되어 있어서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그 외에도 보건용 마스크, 산업용 방진 마스크 등이 있다. 요즘 중요하게 사용되는 방역용 마스크는 전염성 질병의 감염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제품으로 미세먼지나 황사 차단 효과도 있다. 흔히 식약처에서 인증한 KF 지수로 일컬어지는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뒤의 숫자는 얼마나 작은 입자를 많이 걸러내느냐를 나타낸다. 가령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이제는 코로나의 장기화로 더욱 착용하기 편하고 첨단 기능성까지 더한 마스크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관련 특허도 매달 100건 이상 쏟아지고 있다. 가령 마스크 내부에 마이크로 팬을 내장하여 숨을 들이켤 때 마스크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해 호흡을 편하게 해주는 전자식 마스크라든가, 마스크 내부에서 산소를 만들어내거나 사용자의 날숨을 분석하여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마스크, 심지어 바이러스 감지형 센서 마스크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소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제 생활 속으로 들어와 일상이 되어버린, 기능과 패션으로까지 진화하는 마스크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아무튼, 코로나와 함께 겨울철로 접어드는 지금 마스크는 부작용도 없진 않으나 사회적 넛지(nudge)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착용한 마스크를 보며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대응과 확산 차단을 위해 지자체별로 속속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있다. 마스크도 식약처에서 인정한 KF94, KF80 및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 국한한다고 한다. 어기면 과태료도 부과한다고 하는데, 굳이 명령을 따른다기보다는 환절기 추위에 개인의 건강을 챙긴다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면을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어지러운 시절, 더하여 추위와 함께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코로나를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야겠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