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창냉동 뿐 아니라 자치단체 문화사업 총체적 점검해야
2020-10-28 정명숙 기자
세창냉동창고는 민선 6기와 7기로 이어지면서 애초의 목적과 달리 A팩토리라는 복합문화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오래된 공장 건물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세계적 추세를 좇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대표적 국립미술관인 테이터모던을 비롯해 공장을 리모델링한 문화시설이 세계적 관광자원이 된 곳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부산 수영구의 F1963 등 성공사례가 더러 있다.
세창냉동창고는 울산 남구가 대표적 관광지로 꼽고 있는 고래특구 장생포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매입비 외에도 문화시설 조성을 위해 용역비와 안전진단, 테스트베드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민간위탁의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4년이 지나도록 개관조차 못하고 있다. 고래마을과 고래박물관, 고래바다여행선 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이었으나 애초에 현실적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민간위탁이나 관광자원으로 성공하려면 규모가 유래가 없을 만큼 크거나 콘텐츠면에서 독보적이어야 한다.
세창냉동창고는 연면적 6199㎡,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외지인이 찾아올 정도의 복합문화시설이 되기엔 적은 규모다. 공연장, 전시장, 테마카페, 얼음테마관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의 F1963은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석촌홀(2016㎡), 음악회와 세미나 파티가 가능한 열린공간(452㎡), 소리길, 유리온실, 달빛가든을 비롯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대형 중고서점, 갤러리, 커피숍, 카페, 도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치단체가 돈이 안 되는 문화시설을 조성하려면 단체장의 추진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검토 없이 어느 개인의 반짝 아이디어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문고위원회는 예산을 투입하는 절차에서부터 문제점을 발견했다. 사업목적 달성이 어렵고 향후 운영 및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예산도 적잖을 것이라는 것도 문제 삼았다. 예산낭비 뿐 아니라 행정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중요하게 짚어야 할 문제다.
이번 세창냉동창고 뿐 아니다. 동굴피아, 소리체험관, 보삼영화마을기념관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자치단체의 실패한 문화사업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우선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확한 자료를 남겨서 반드시 반면교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정 규모를 넘는 기초·광역 자치단체 문화사업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설립, 사전 관리·감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