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엄마와 여성 CEO

2020-10-28     경상일보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필자는 결혼하기 10년전부터 사업과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경영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같다. 꾸준하게 회원들을 관리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회원 수는 2000명을 넘겼고, 이를 통해 직접적, 간접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7년 디지털 트윈이라는 다소 생소한 기술로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을 고객으로 몇 안되는 여성 CEO로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는 이야기가 달랐다.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가 4살 즈음부터 창업을 준비했는데 아이는 사업으로 분주해진 엄마를 집요하게 붙들었고, 어린이집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아이를 두고 수시로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했고, 한번은 다른 아이를 때리고 할퀴어 그 부모에게 고개 숙이고 용서를 빌기도 했다. 엄마의 부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건조하고 추운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아이와 함께 아침을 맞는 일이 잦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가장 아이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시기인데, 훗날 아이의 고백은 엄마 회사에 있을 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지금도 엄마 회사에 오는 것을 무척 기대하고 좋아한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만 창업 이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2년 동안 잠을 쫓아 주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하루에 2~4시간 자고 일을 했다. 이 무모한 행동과 에너지는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간절함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요즘 직업을 가진 미혼 여성들과 대화해 보면 출산과 경력단절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함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도 많이 만나곤 한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창업하기 전 육아에 집중했던 3년은 나의 경력단절 기간이 아닌 ‘내 인생 최고의 연수 기간’이었다. 아이의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은 나를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어 주었다. 특히 모성애를 경험한 엄마의 마음은 훗날 직원들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키워 주었다. 고통의 순간도 많았지만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었다.이렇게 불완전한 시간 위에서의 삶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고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창업으로 나를 이끌었다. 다시 창업과 출산을 하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내 선택은 또다시 육아와 창업을 병행하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내년에는 아이와 함께 나도 더 성장하는 CEO가 되기 위해 기술경영대학원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더한 시간의 결핍 속에 더 많은 고난들이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풍요로운 행복을 경험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김지인 (주)팀솔루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