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구청장 권한대행체제 속 세창냉동 리모델링사업
2020-11-01 차형석 기자
당초 남구는 울산시민연대의 기자회견 후 당일 오후에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각 부서의 의견 취합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루 뒤인 이날 입장문을 내놓았다. 예상대로 남구는 리모델링사업을 계속 진행해 올해 안에 완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이 사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주로 할애하면서도, ‘부지 매입 과정’ 등 시민신문고위원회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을 했다.
간담회 말미에 박순철 청장 권한대행은 “이제 와서 중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럼 (사업을)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시민신문고위와 시민단체의 이 같은 권고와 요구에 다소 불쾌한 속내를 드러내놓기도 했다. 공정률이 80%에 이르는데다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포함해 5년여간 100억원이 투입되고 문체부와 지역문화예술단체 등의 권고를 받아 진행된 사업을 지금에 와서 백지화 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는 것은 남구 입장에서는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 사항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사업이 여러 차례 방향이 바뀌고 긴 시간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점, 또 향후 운영과정에서 주민 접근성과 적자 운영 등 우려되는 부분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으나, 준공을 목전에 두고 사업 자체를 백지화 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는 물론 또 다른 문제와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시민신문고위에서 이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 발표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행 울산시 조례 상 시민신문고위원회의 감사 대상은 시에서 구·군에 위임된 사무에만 해당이 되나, 이 사업은 위임 사무가 아닌 남구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박 권한대행도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울산시 감사실이 아닌 신문고위에서 시민단체의 감사청구를 수용해 감사를 진행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진규 전 남구청장이 지난 8월27일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남구는 다시 부구청장의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돼 구정이 운영돼오고 있다. 지난 6월말 부임해 한 달 가량 구청장 권한대행을 수행한 뒤 김 전 청장의 구속만료 복귀로 원래 부구청장직으로 돌아갔다가 한 달만에 다시 권한대행이 된 박 권한대행으로서는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가 어찌보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자리다.
내년 4월 재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현 박 권한대행 체제로 갈 것이 유력하다. 새로운 구청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남구는 세창냉동창고 리모델링 조성사업과 공석중인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선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박 권한대행이 이처럼 제 목소리를 내면서 구정을 이끌어 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