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홍칼럼]정치에 대한 기억과 기록
동시다발 사건 벌려 실체 흐리며
국민 우습게 보는 정치인 있지만
기억·기록 남아 쉽게 넘기지 못해
요즈음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눈에 띄는 기사의 중심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있다. 여성으로서 판사 경력을 가지고 5선 국회의원에 집권당 대표까지 지내고 격에도 맞지 않는 법무부장관을 맡았을 때, 모두들 의아해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인들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한다.
추미애 장관은 법조인이기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법률가적 실력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판사생활 10년 정도 하고 20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3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변론은 제대로 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며, 더욱이 검찰사무와 법무행정을 제대로 알기나 했겠는가. 따라서 그에게 법무부장관으로서 법치주의나 민주주의원리를 제대로 법률가답게 실행에 옮겨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는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추미애 장관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검찰사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빌려온 듯한 ‘프레임’으로, 검찰에 분탕질을 치고 수사를 교묘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위 ‘조국 사태’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그리고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사건’ 등 현 정권의 치부를 수사하던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인사를 통하여 ‘해산’시켰다. 물론 법에 정해진 것과는 정반대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말이다.
추장관이 남긴 가장 강렬한 인상은 소위 ‘검언유착사건’에서 나왔다. 추 장관이 사건용의자의 증언을 근거로 ‘지휘권’ 발동을 통하여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정지시켜가며, 서울중앙지검에서 10명이 넘는 검사들이 달라붙어 수사를 벌이고 정모 검사가 육탄전을 벌이며 한모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면서까지 강행했던 수사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정작 한모 검사장을 기소하지도 못했으며, ‘검언유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실체가 없는 사건이 됐다.
그런데 최근 라임, 옵티머스 등 거액펀드 사기사건이 터져서, 투자자들이 수조원에 이르는 사기피해를 당하고, 주범격인 용의자들이 해외로 도주한 엄청난 일이 세상에 밝혀졌다. 세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형비리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정치권 인사들의 실명이 거명될 정도였다. 문제는 또 추 장관이었다. 주범용의자 김모씨의 옥중서신의 내용을 문제 삼아 소위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현 검찰총장과 수사검사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난데없이 ‘룸살롱 검사들’이 부각됐다. 거액펀드 사기사건이 어느덧 ‘룸살롱 검사사건’으로 변질됐으며, 펀드사기사건 내지 권력형비리사건은 슬그머니 희석됐다.
이 두 사건의 구도는 용의자가 수사검찰을 공격하면서 이를 추장관과 그 검찰라인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무력화시키고 ‘북치고 꽹가리치듯’ 요란하게 수사를 벌이지만 그 혐의의 실체가 없어지거나 그 초점을 흐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정치인들이 있는 것 같다. 적당히 분탕질치고 정신을 빼놓으면 사건의 실체를 국민들이 알아볼 수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면 기타 등등은 그냥 뭉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도 기록도 결국은 모두 남아있으며, 문제가 된 정치인들이 결코 빠져나갈 수 없었다는 점을 정치인들은 가벼이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가 ‘18분간 부대 이탈’을 한 현역군인에게 ‘군무이탈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는데, 이 판결이 매우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동부지검장이 했던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사직의 변은 또 뭘까. 하나하나 쌓인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