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곳간이 비었다”...2020년 살림살이 ‘초비상’

빚 내서 빚 갚을 판...허리띠 졸라 맨다

2019-10-27     최창환

■ 빚 내서 빚 갚을 판
지방세원 줄고 복지는 늘어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1900억
2021년부터 상환시점 도래

■ 허리띠 졸라 맨다
내년 예산요구안 6000억 삭감
SOC 등 신규 사업 중단 예정
교육청과 ‘매칭’ 사업도 줄여

■ 돌파구 찾기 안간힘
조직확대 신중·인건비도 축소
시, 지방세원 발굴에 전력
소방관련 비용 국비 반영 요구


울산시의 ‘곳간’이 급속도로 비면서 내년도 살림살이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부동산 거래절벽에 따른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등 세수감소 때문이다. 이에 3년 연속 지방채 발행키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신규 사업은 비롯해 전체 예산요구안 중 역대급 수준인 6000억원 삭감키로 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지방세수 급감과 급속도로 늘어난 정부의 복지사업 확대정책에서 비롯된 이른바 ‘재정 절벽’에 대한 공직사회의 긴박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지방채 3년 연속발행…빚 내서 빚 갚을 수도

울산시는 내년도에 또다시 6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2018년 600억원, 2019년 700억원에 이은 3년 연속 발행으로, 지난 2017년 채무제로를 달한 지 3년만에 울산시의 부채가 19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지방채는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서 빌린다. 이자는 1.5% 수준이며, 3년 거치한 뒤 분할상환 방식이다.

2018년 빌린 돈은 2021년부터 상환에 들어간다. 문제는 상환시점에 경기회복이 더뎌 지방세수가 늘지 않으면,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은 다는 점이다. 울산시도 이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이 악화된 주된 원인은 지방세원 축소와 복지예산에서 비롯됐다. 울산시 곳간을 살펴보면 울산의 주요 지방세원인 취득세와 지방소득세는 크게 줄었다. 내년도 지방세입 추계는 1조35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전년대비 52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는 울산시의 재정난에 큰 몫을 차지한다. 복지사업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부담하는 ‘매칭’ 방식이어서 늘어난 복지예산 만큼 지자체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복지예산은 전체예산의 32~33%에 달한다.



◇예산요구안 6000억원 삭감…신규사업 중단

시 살림살이는 내년도 지방세 추계액을 반영해 짠다. 울산시는 긴축재정에 들어간다. 시에 따르면 각 실무부서가 요청한 내년도 예산요구안의 총액은 3조7000억원이다. 시는 6000억원을 삭감해 총액을 3조1000억원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예년 삭감액이 2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노인복지회관 등을 비롯해 SOC 등 신규사업은 모두 삭감 예정이다.

또한 연구개발(R&D)이 주축인 국가직접지원사업은 50% 줄인다. 삭감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UNIST 해수전지실증센터(국비 60%, 시비 30%, 자부담 10%)가 주요 사례다.

교육청이 의존하는 예산도 대폭 줄인다. 시교육청이 매칭사업으로 요청한 교복지원 사업비 25억원, 친환경급식비 30억원, 원어민교사 25억원 등 3개 사업을 반영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키로 방침을 세웠다.

다만 울산외곽순환도로 등 국가의존 재원으로 분류되는 정부 매칭사업은 모두 반영한다. 국비를 반납하게 되면 각종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다.



◇초긴축 재정 속 지방세원 발굴 총력

재정악화로 울산시는 조직 확대도 더욱 신중해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소방직 확대정책에 따라 120여명의 소방인력 충원이 부담이다. 행정안전부의 인건비 산출기준에 따르면 소방직 1명 충원에 연간 8000여만원(임금, 복지 등)이 들어간다.

정부는 신규 채용하는 소방직은 소방사 3호봉 기준의 기본급만 지원한다. 나머지 복지 등 부가 경비는 울산시가 책임진다. 분담률로 보면 국비 44%, 지방비 56%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국가 3500만원을, 울산시가 4500만원을 낸다.

정부의 요구대로 120명을 늘리면 내년 지방비 부담은 54억원이 추가로 들어야 한다. 정부가 5년간 울산시 부담한 소방인력 증원규모는 총 516명이다. 국가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분담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시는 분석한다.

사업 예산뿐만 아니라 행정활동을 수행,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상경비(업무추진비, 사무관리비 등)를 20% 정도 줄인다. 약 100억원 정도다. 이밖에 초과근무 줄이고 연가 사용도 촉진해 인건비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울산시의 총인건비는 1700억원이다. 지자체의 인건비는 지방세수로 충당하는 게 원칙이다.

반면 시는 지방세원 발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원자력과 화력발전에 집중된 지역자원시설에 눈길을 두고 있다. 위험성이 높은 화학분야로 지역자원시설세를 확대 부과하자는 게 요지다. 울산시는 국가산단의 존재가 소방력 수요증가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소방 인력과 장비 확충 비용을 전액 국가재원으로 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