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 증상 없어도 의사 지시없이 약물복용 중단해선 안돼
활동성 결핵 감염자와 접촉으로 감염
인체 면역기전에 의해 활동 억제돼
증상 나타나지 않고 전염력도 없어
피부반응과 혈액검사로 결핵 진단
약물 치료땐 활동성 결핵 90% 예방
2020-11-05 석현주 기자
잠복결핵은 활동성 결핵 감염자에 노출돼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면역기전에 의해 활동이 억제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즉 무증상이고 전염력이 없는 상태의 결핵, 활동성 결핵의 전 단계에 있는 결핵을 잠복결핵이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울산시지부의 도움말로 잠복결핵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다른 호흡기 질환은 반토막, 결핵은 건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국민들이 병원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분석한 ‘코로나로 인한 의료 이용 행태 변화’를 발표했다. 그 결과, 올해 3~7월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받은 환자는 802만683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669만5341명)보다 51.9% 감소했다.
감기 환자는 전년보다 50.4%, 독감 환자는 98.0%, 폐렴 환자는 61.7% 각각 줄어 호흡기 감염병 전반에 걸쳐 감소세가 뚜렷했다.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성 장 감염 질환 등 소화기 감염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도 지난해 242만7397명에서 올해 166만8464명으로 31.3% 감소했다.
하지만 결핵은 달랐다.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주간 건강과 질병’에서 주요 감염병 통계를 보면 결핵은 가장 최근인 43주차에 일주일 동안 457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0명에 비해 12.1% 줄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결핵은 감염 직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결핵 관리를 강화하면서 2011년 결핵 신환자가 3만95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결핵 신규환자는 2만3821명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에서 발생률 1위, 사망률은 2위로 높은 수준이다. 또 2018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가 1800명(국내 치사율 5.9%)인데다 전년에 비해 사망자 수는 거의 줄지 않은 무서운 병이다.
◇임의로 약 복용 중단하면 결핵균 다시 재발
결핵은 2주 이상 지속하는 기침, 식욕저하, 소화불량, 체중감소, 식은땀, 가래, 객혈 등을 보이는 반면, 잠복결핵은 이런 증상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즉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때 까지는 아무런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잠복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결핵 발병 위험이 높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과의 접촉이 잦은 경우 잠복결핵 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투베르쿨린 검사(피부반응 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혈액검사) 두 가지가 있다. 투베르쿨린 검사는 결핵균 항원을 피부에 주입한 후, 48~72시간 이후 지연형 반응을 관찰해 진단하는 방법이다.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해 결핵균에 대한 세포 매개 면역반응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잠복결핵이 진단됐다고 무조건 치료하는 건 아니지만,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약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동안 매일 1회 복용을 해야 한다. 만약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죽지 않은 결핵균이 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 격리 조치가 필수적인 활동성 결핵과는 달리, 잠복 결핵은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격리가 필요하지 않으며, 잠복결핵 상태에서 치료를 진행할 경우 활동성 결핵을 최대 90% 예방할 수 있다.
잠복결핵은 위험한 질병은 아니지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면역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스트레스, 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을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체중유지, 금연, 운동을 통해서 면역력을 관리해 주는 것이 좋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