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울산항을 보면, 울산의 미래가 보인다

2020-11-08     이형중 기자

‘국내대표 산업 수출지원항’ ‘전국 최대 액체허브항’ ‘동북아 오일·에너지허브’. 울산항 하면 떠오르게 되는 연관 수식어들이다.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했던 울산이 산업수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울산항은 도시발전과 그 궤를 같이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관련 기업들은 울산항을 통해 ‘메이드 인 울산’ 상표를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초 일류기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수십년전 울산항을 통해 포니 수출로 완성차 업계에 뛰어든 현대차는 이제 세계최초 수소전기차를 넘어, 세계최초 대형 수소전기트럭 양산 등 그 영향력이 글로벌 리더보드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세계 1위 조선소로 우뚝 선 현대중공업, 수많은 수출기업들도 울산항을 통해 제2 도약을 꿈꾼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갈수록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가는 작금의 시대에는 그만큼 항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울산항도 새로운 도약이냐, 후퇴냐 갈림길에 서 있다. 급변하는 해운항만 산업에 뒤쳐지거나 신성장동력을 갖춰나가지 않으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울산항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제시돼 이목을 끌었다. 본보와 울산테크노파크가 ‘울산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대진단’ 주제로 마련한 ‘미래 수소산업의 전망’ 좌담회에서 울산이 국제적인 수소산업 도시가 되기 위해서 신항만·오일허브 등 기존 울산항에 수소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선제적으로 ‘수소수입 전진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나왔다. 기존 ‘액체허브항’ ‘동북아 오일·에너지허브항’에다 ‘수입수소·수소공급 허브항’이란 타이틀까지 선점해 관련산업을 선도해야 한다는 게 주요전략이다. 현재 수소도입 연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중이며, 이는 곧 수입수소 인수기지 구축으로 연결되는데, 기존 항만에다 신항, 동북아 오일·에너지 등도 구축되고 수소산업 인프라가 어느도시 보다 잘 되어 있는 만큼 수소수입·공급허브 분야로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항만과 도시의 동반성장 차원에서 지자체와 항만당국간 실천방안 모색 등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여기다 언제부턴가 용어자체가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열기(?)가 식어버린 것 같은 ‘항만친수’사업도 도시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될 수 있는 관광활성화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미래성장을 위해서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도 있다. 각종 미흡한 항만지표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붐비는 항만에 선박이 제때 정박하지 못하고,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체선현상’, 반복되는 ‘항만 안전사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항만에 설치된 ‘AMP(육상전원공급) 설비 부족’ 등은 항만의 성장을 가로막는 암초로 작용할 게 뻔하다. 부두 조성, 배후단지 매립, 철도·도로확장 등에 최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항만사업의 특징을 고려하면 분명 쉽지않다는 점은 짐작이되지만 그렇다고 이런 현상을 매번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국내항만은 물론 인접한 중국, 일본까지 바다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울산항이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동시에 항만개선 사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 그 출발점에 서 있다. leehj@ksilbo.co.kr

이형중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