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안전대책 절실
어느 덧 뜨겁기만 하던 햇살이 누그러져 어김없이 시간이 흘러 만추(晩秋)의 계절이다. 이 마지막 꽉찬 가을날에 마음을 열고 정다운 사람과 가을을 잠시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다. 잠시 시간을 돌아보며 시름을 잊고 깊어 가는 가을의 색을 가득히 담고 싶다. 그러나 우리 소방관들에게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기이다.
겨울은 계절적 특성 상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화기 사용이 증가 하는 시기로 봄철 다음으로 화재 발생건수가 많은 시기이다. 겨울철 화재안전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소방청에서는 11월 한 달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하여 화재안전을 집중 홍보하며 겨울철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골드스위트 건물 화재 이후 2012년에 건축법이 개정되어 30층 이상 건물에 사용하는 외장재는 불연재 사용이 의무화되고 고층건축물의 화재안전기준이 꾸준하게 강화되고 있으나, 강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번 삼환 아르누보에서 보았듯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상복합건물에 주로 쓰이고 있는 외장재로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0.5㎜ 정도의 얇은 알루미늄 판재 두장 사이에 3㎜정도의 심재(합성수지)를 넣고 접착제로 붙인 다음 불소수지도료로 코팅 마감 처리한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의 건축자재로 가볍고 견고할 뿐 아니라 가공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문제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건축 기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화재 안전 측면에서는 위험한 건축자재라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열에 의해 녹는 온도가 약 660℃로 화재 시 알루미늄을 용융시켜 내부의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PE)수지와 가연성이 높은 접착제에 쉽게 착화돼 빠르게 상부로 연소 확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복합 패널 내부 단열재가 연소하면서 공간이 형성되고, 이 공간이 건물내부와 외부공기 사이의 온도차에 의해 수직공간을 통한 공기의 유동현상이 발생하는 굴뚝효과(Stack Effect)를 유발하면서 불길이 급속하게 위로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건축물 외장재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상태이며 시민들 또한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에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되었는지 무관심한 실정이다. 또 전통시장은 시설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점포가 밀집되어 있고 가판대 설치로 소방시설을 가리는 행위가 빈번하며 소방차 진입이 곤란하는 등 화재위험 요소가 많다. 전통시장 화재예방에는 시설현대화와 소방시설 유지·관리도 필요하지만 자율소방대를 포함한 상인들 스스로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고대 신라시대에는 불기만 하면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전설의 피리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철저한 준비와 대비를 한다면 만파식적 따위의 요술피리 없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수 있을 것이다.
울산 시민 모두가 철저한 화재예방에 앞장서 안전한 겨울을 보내기를 소망해 본다. 조강식 남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