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부사, 암행어사의 신화를 걷어내다

송수환 전 울산대 교수 논문
‘전울산부사 심원열 감찰’
어사들 부정 치밀하게 분석
당대 사회상 연구에도 기여

2020-11-09     홍영진 기자

‘암행어사’하면 떠오르는 인물, TV드라마로 유명한 ‘박문수’와 우리 고전 춘향전의 ‘이몽룡’이 있다. 탐관오리의 부정을 바로 잡기 위한 암행어사 발길은 조선후기 울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이같은 조선시대 암행어사 연구의 한 획을 그은 논문이 나왔다. 필자는 울산대 전 연구교수 송수환 박사이다.

그의 논문 ‘1858년 암행어사의 전울산부사 심원열 감찰’은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등재된 권위있는 학술지 ‘조선시대사학보’(제94집)에 실렸다.

심원열은 1855~1856년 울산부사를 지냈다. 그의 문집 <학음산고>의 기록에 따르면, 심원열은 2년 전 공주판관 재임시 불법이 충청우도 암행어사의 감찰로 드러나 전라도 익산군에 유배됐다. 같은 시기 다시 경상좌도 암행어사의 전울산부사 감찰에서 공금횡령으로 지목되어 서울에 압송되었다가 옛 임지 울산으로 유배오게 됐다.

그런데 <학음산고>에는 그의 공금횡령 죄목이 부당하다는 반론과, 당시 암행어사의 불법적 감찰 및 그들의 부정과 부패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는 박문수와 이몽룡으로 미화된 ‘정의의 사도 암행어사’ 신화를 깨트리는 중요한 자료이다. 어사 제도의 부정적 측면을 밝혀 기존 인식의 한계를 지적한 연구성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송 박사는 논문에서 <학음산고>를 통해 심원열이 울산에 유배오게 된 사연과 그의 울산 유배생활, 울산으로 유배하게 한 암행어사 감찰의 내용, 그리고 당시 암행어사들의 불법과 부정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이로써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여 암행어사 제도 연구에 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범죄 수령을 옛 임지에 유배하여 수치심을 안기는 형벌 ‘즉지정배(卽地定配)’를 처음으로 한국사학 용어로 정립했다.

무엇보다 조선말기 울산의 사회와 경제에 관한 중요한 자료들도 실려있어 울산사 연구에 도움이 된다.

논문을 심사한 한 위원은 ‘암행어사에 의해 처벌을 받은 관리가 남긴 암행어사 감찰에 대한 반박 글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당시 암행어사 제도의 실상과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수작이다. 새로운 기록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성과지만,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 의미를 추적했다. 관련 연구 성과와 사료도 폭넓게 파악, 당대 사회상을 깊이있게 서술하여 학계에 크게 기여할 훌륭한 성과’라고 평했다.

한편 송 박사는 열람을 원하는 연구자에게는 언제든지 논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