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주군 대형 문화복합시설 건립, 신중 기해야
2020-11-10 이재명 기자
그러나 문화복합시설도 좋지만 위치와 규모, 실효성, 예산 등 실질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다. 무턱대고 동남권 문화예술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공언하기 보다는 과연 이 사업이 가능한지, 천문학적인 주민 세금을 퍼부을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초단체장의 과도한 욕심이, 안그래도 코로나19 등으로 피폐해진 주민의 삶을 더 황폐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울주군이 건립하고자 하는 문화복합시설은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들어간다. 좌석은 2500석 규모로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555석 보다 훨씬 많으며 세종문화회관에 버금간다. 울주군은 이 시설을 범서읍 울주문예회관 인근 범서생활체육공원에 건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행안부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위치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범서읍의 인구는 10월말 현재까지 7만873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문화복합시설을 범서읍에 건립하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구영·천상 지역은 더 이상 개발의 여지가 없어 도시확장성 면에서 장점이 별로 없다. 또 울산문화예술회관과의 거리도 가까워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효율성이 반감될 수도 있다.
오히려 최근 울산도시기본계획 공청회에서 거론된 제2 도심인 언양·삼남지역이라면 확장성이 있다. 서부권으로 통칭되는 제2도심은 앞으로 인구유입이 계속될 지역일 뿐만 아니라 양산·밀양·경주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동남권 요충지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다 KTX역세권은 문화의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기도 하다. 울주군은 공연·행사 시설이 부족해 문화 소외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문화예술 소외지역은 서부권이다. 내년 2월부터 6개월간 용역을 진행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하니 관심을 갖고 기다려볼 일이긴 하지만 아전인수 격으로 끌어가지 말고 차근차근 군민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두루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