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자원봉사의 가치는 고귀하다

2020-11-11     경상일보

지난 10월28일, 울산시자원봉사센터는 사회공헌 협약을 맺은 21개 기업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안전취약계층 2100가구에 마스크 등 안전물품과 즉석식품 등을 지원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 이때 재원이 적재적소에 쓰여지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잘 활용한다면 울산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울산시자원봉사센터와 21개 기업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협업을 통한 공동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8년째 진행해왔다. 그 결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속에서도 기업의 나눔과 상생은 이어질 수 있었다.

자원봉사(自願奉仕)는 글자에서 드러나듯이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이타성의 의미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진 사람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적인 의미로 쓰였다면, 요즘에는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시민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로 자원봉사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교육, 환경, 안전, 고령화, 빈곤, 불평등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시민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 관, 기업 등 사회 전반의 협력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자원봉사는 그런 의미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센터를 개소한 울산은 전체 시민의 31.3%(2020. 10월말 기준)가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등록률 전국 2위이고,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자원봉사 활동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활동률(연인원) 전국 2위(2019년 전국 1위)로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이는 울산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고 자원봉사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업이 다른 기업들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성별과 나이의 차이에도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깨끗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친환경 생활 실천에 동참하게 하고, 고령화를 남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 하며, 불평등에 맞선 누군가의 편에서 함께 손을 들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곳. 바로 자원봉사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온 울산이다.

본업의 일이기에 언급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얼마 전 사단법인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의 새 이사장이 선출되었다. 그분이 건넨 첫 인사를 요약하자면, “자원봉사가 가진 가치는 참으로 귀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인 경력이 오래된 자원봉사센터 관리자들이 인정받고 힘차게 일해야 한다. 자원봉사가 앞으로 더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23년간 자원봉사센터에서 재직한 관리자로서 자원봉사의 가치를 고귀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하는 리더를 만난 것에 깊은 울림이 전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간 높아진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보이지 않고 물질적 이득이 없기에 하찮게 여기고 가치를 두지 않는 일부 기득권들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말씀으로 여겨진다. 그 의미만으로도 자원봉사가 이 기회로 한층 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보광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