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00병상 규모 준비한 산재공공병원, 교통문제도 해결해야

2020-11-12     이재명 기자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500병상 규모로 확장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여유부지를 확정했다. 울산시와 울주군, 시민단체 등이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500병상이 울산 도심 속에 들어온다니 시민들로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특히 시민들의 생명이 걸린 심뇌혈관 응급시스템을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지정학적인 환경을 살펴보면 울산시와 울주군 차원에서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산재환자들의 안전한 이송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산재공공병원은 출퇴근길의 병목에 위치해 있어 병원으로의 접근이 상당히 제약돼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병원 개원 전에 혼잡한 교통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오는 2025년 문을 여는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총 사업비가 2478억원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병원에 대해 설계용역 공모를 공고하면서 설계 세부지침 등을 공개했다. 이 지침을 살펴보면 울산산재공공병원은 기존 300병상에서 500병상으로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장된다. 또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도 구축된다. 이 두 센터는 그 동안 시민들의 끊임없는 요구가 있어왔지만 구체적으로 설계 지침에 명확히 기재된 것은 처음이다.

심뇌혈관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가 구축된다는 것은 울산지역의 의료 수준이 한층 올라간다는 뜻이다. 그 동안 울산시민들은 대부분 도심과 크게 떨어져 있는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갔다. 그러나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다 보니 환자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도심의 응급 공공의료 기능은 다른 도시 보다 크게 뒤떨어졌다. 특히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어려움이 컸다.

그런 점에서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제역할을 하려면 병원이 위치해 있는 굴화 일대의 교통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신삼호교에서 범서읍 천상지구까지는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방불케 하는 구간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출퇴근 차량은 물론 응급차량까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병원 바로 인근에는 LH가 1200가구분의 공동주택을 짓는다. 이 공동주택이 건립되면 아침마다 출근 차량이 24호 국도로 들어와 신삼호교 남단은 더욱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24호 국도는 언양과 천상, 구영, 삼남 산업단지 등으로 출입하는 차량의 주 통로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들어서는 굴화 일대는 이전에는 도심의 외곽이었지만 지금은 도심 속으로 편입된지 오래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제역할을 하려면 먼저 주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