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요식행위 타당성 조사 용역 사라지길
민선 7기 후반기에 접어든 울산 울주군이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대규모 실내 놀이시설 건립이나 문화복합시설 건립을 타진하는 등 문화관광 분야 투자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속되는 세입 감소에 복지예산 확충으로 신규 콘텐츠 발굴이 뜸할 즈음, 오히려 공격적인 예산 편성을 실시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수반되는 대형 사업들인 만큼 성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자칫 실패에 따른 부담도 큰 만큼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다. 이에 군은 관련 사업을 실시하기에 앞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선행한다.
용역을 앞둔 한 사업부서 관계자는 “반드시 사업을 추진하려고 용역을 한다기 보다 사전 검토부터 해서 이 사업이 군과 주민 발전을 위해 필요한지, 수지 타산은 맞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려고 용역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꼭 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 용역을 하는 게 아니고 조사해서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와야 사업을 진행한다. 무리하게 실적을 쌓기 위해 용역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왜 반복했을까?
그동안 각 지자체들이 진행해 온 타당성 조사 용역은 사업 추진을 전제로 실시하는 일종의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지자체가 용역 이후 타당성이 낮다며 사업을 포기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렇다 보니 발주 기관의 입맛에 맞게 용역사가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타당성이 부풀려져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용역을 발주만 하고 검증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등 타당성 조사 용역을 남발해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용역을 진행한 뒤 법적 제한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 용역비만 날린 경우까지 있었다.
타당성 조사 용역이 허술하게 진행된 결과, 용역에서 예상한 수요를 현실이 따라가지 못해 기껏 만든 시설물이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기획 단계의 장밋빛 미래만 보고 제대로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혹은 타당성을 뻥튀기해 사업을 강행하다 뒤탈이 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리하게 진행된 사업은 지역 발전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만 잡아 주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물론, 지역의 개별 사업 진행에 차질을 주는 식의 피해도 유발한다. 잘못된 타당성 용역으로 하나의 사업에서만 혈세가 새는 것뿐만 아니라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타당성 조사 용역은 사업 강행을 위한 면피용이 아닌 타당성 검증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군이 타당성 조사 용역을 취지에 맞게 실시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용역의 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용역 이후 꼼꼼히 평가하는 식의 제도적인 보완책도 강화해야 한다. 타당성 조사 용역 후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용역 결과를 다시 한번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