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숨은 토지 찾기, 적극 행정의 출발

2020-11-16     경상일보

토지는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 중 하나이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별 국가운영정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인류역사상 토지는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자 기반이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물자가 토지에 비롯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토지를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다툼을 이어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땅을 밟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압축하기 충분하다. 이런 토지는 국가적 차원을 넘어 지방정부가 그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가용 토지가 충분하지 못하면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데 한계를 겪게 마련이다. 중구는 울산 5개 구·군 중 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면적을 가진 자치단체다. 울산 전체에서 중구가 차지하는 면적은 3.5%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절반 수준인 48%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도시개발 등 각종 기반시설 마련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상황에서 행정이 중점을 두고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토지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활용방안을 찾는 일이다. 즉 도심 속 숨은 땅과 잠자는 토지를 적극 개발해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데 행정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유수지의 활용이다.

유수지는 크게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저지대의 배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유수시설’과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두었다가 바깥 수위가 낮아진 후 방류하는 ‘저류시설’로 나뉜다. 이러한 유수시설은 복개를 통해 공공청사나 문화시설, 사회복지시설, 체육시설,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용도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미 인구밀도에 비해 가용토지가 부족한 서울과 경기 일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수지를 활용해 상부에 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개발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뚝섬유수지에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문화체육센터와 공영주차장 건립계획을 발표했으며 또 다른 유수지에는 평생학습관과 배드민턴구장을 조성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망원동과 양평, 반포, 잠실, 신천, 탄천 등 유수지 6곳에 762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개발·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국회에서 밝히는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수지를 활용한 체육·문화시설 건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구 역시 혁신도시 일원에 조성된 문화의 전당 전용 주차장이 하부 저류조를 복개해 활용한 대표적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중구 관내에는 활용 가능한 유수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중구 장현동 229-2 일원에는 8208㎡ 면적으로 유수지가 자리 잡고 있고 중구 서동 605-3 일원에도 4781㎡ 규모, 유곡동 203-5 일원 3428㎡, 태화동 390-2 일원에 7810㎡ 면적의 유수지가 위치해 있다. 중구의 부족한 가용 토지를 고려해 볼 때 이들 유수지의 활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조성 사업을 앞두고 흔히 겪는 어려움이 예산과 활용 가능한 토지의 부족이다. 특히 중구처럼 도심중심부에 위치한 주거 밀집지역이면 가용 토지를 확보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공공청사를 짓거나 문화시설을 건립하기 위해선 건축비보다 월등히 많은 토지보상비를 지출해야 하고 이는 다시 사업비 증액으로 이어지며 ‘배보다 배꼽이 큰’ 악순환을 반복하는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행정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유수지처럼 가용할 수 있는 숨은 토지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사업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예산이 부족하다” “활용 가능한 토지가 없다”는 변명과 핑계로 일관할 순 없는 일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소극 행정은 결국 우리 주민의 삶의 질과 생활수준만 제자리에 머물게 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지근 울산 중구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