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10)]자연을 닮은 정원
코로나 이후 정원 가꾸기, 정원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밀도의 도시 생활 속에 자연이 들어올 자리를 내어주어 일상에서 자연을 접하는 더 많은 기회가 절실해 보인다. 환경운동가 마이클 폴란은 자연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자연과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근거를 제시해주는 공간으로 정원을 제시한다. 원시 형태 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인간이 관리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돌보며 함께하는 공간이 정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해 왔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얼마 전 제주로 드로잉 여행을 갔다. 평소 가고 싶었던 ‘베케’정원이 드로잉 장소 중 하나인 쇠섬과 가까이 있었다. 일행 중 몇 명과 잠시 베케를 다녀왔다.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가 자연 속에 툭 들어와 있는 듯하기도 하고, 땅과 건물과 하늘이 하나가 되도록 자연이라는 실로 뜨개질한 것처럼 촘촘히 메꿔져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원평소국, 갯모밀, 갈사초들이 자리한 입구정원을 지나 카페 입구로 들어선다. 선큰으로 파진 공간감에서 외부에 보이는 베케(돌무더기)와 이끼 낙엽수의 잔가지 틈새로 흩어져 내리는 빛들이 살아있는 예술작품을 보는 감명을 받았다. 카페 내부를 지나 외부와 연결되는 데크를 지날 때 여기가 어디인지 순간 빛과 그림자의 교차지점에서 멈칫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자연의 숲 언저리에 서서 느끼는 외경심. 좁은 길을 걸으며 뒤뜰로 나가면 숲의 짙은 그늘과는 대비되는 야생의 들판에 선 느낌을 받는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땅 위에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을 닮아 있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정원문화의 흐름은 자연 주의다. 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도시의 자연성 회복이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닮아가는 정원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간으로 정원이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시각과 희망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