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문화재청의 직무유기
물속에 잠기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해결 방법을 두고 시작된 논란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아직도 갑론을박만 거듭할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25일, 마을 주민들이 여러 번 말하던 ‘호랑이 그림’을 확인하러 나선 문명대 동국대 교수와 동료 학자들에 최초 공식 발견 되었고, 당시의 감회로 “동아시아 선사학에서 초유의 일이자 크리스마의 선물”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을 정도로 학계의 대 이변이었고, 역사의 중요한 날이었다.
본 의원은 반복되는 국보 제285호 선사시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의 논란을 지켜보다 문화재청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다.
울산의 수많은 문화 유산에 대해 문화재청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낙제점’을 주고 싶다. 특히 국보 제285호 선사시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서는 ‘빵점’을 부여하고 싶다.
문화재에 대한 국보, 보물 등 지정의 의미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 보존하라는 것이고, 치밀한 보호대책을 세워 미래의 훼손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관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재청의 역할이고 의무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서는 유독 낙곽적일까.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 선사-고대관 제일 입구에 실사 모형 전시를 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보존할 만큼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아닌가.
울산시도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등재를 위한 추진 경과 주요 내용을 보면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2010년 잠정목록에 등재된 후 2011년 울산시는 우선 등재 추진대상 선정을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문화재청은 등재에 대한 울산시의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미선정했다.
물론 지난 세월동안 울산시가 ‘사연댐=맑은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시민들을 현혹했고, 물이 부족한데 사연댐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의식이 없는 특히, ‘사연댐 해체’라는 단어는 당장 시민의 생명줄을 해치는 것처럼 시대적 분위기를 몰아간 지도자들의 잘못된 의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자명하다 .
정부의 돈을 받아야만 무엇인가를 하고자 했던 책임자들의 문화 의식, 의지로는 사연댐 해체나 수문 설치를 공론화 시켜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재청은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기록 유산’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지난 40년간 무엇을 하였는가.
근본적인 대책의 핵심인 대곡댐, 사연댐은 수자원공사 소유이고, 수자원공사는 정부의 소유이며, 반구대 암각화도 국보로 정부의 자산이다.
그런데 왜 담수도, 공급 능력도 없는 사연댐을 철거하라고 못하는가. 수문 설치는 왜 못하는가. 더 이상 울산 시민들의 간절함을 지켜만 보지 말고 중앙 부처에서 논의 후 직접 사업을 하면 될 일이다.
칠천여년의 세월을 지켜온 대한민국의 자산을 불과 몇 십년 만에 훼손시킨 문화재청은 울산시민과 국민들에게, 아니 전 세계인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
울산시도 그 책임과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낙동강 물보다 더 나쁜 사연댐 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더 이상 썩은 물을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며 사와서도 안된다.
반구대 암각화와 물은 분명히 별개의 문제이다. 취수탑도 대곡댐으로 옮기고 사연댐에서 취수하고 있는 9만t의 물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울산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충분히 다른 대안이 있다.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에서 밝힌 향후 추진 계획을 보면 도저히 등재 전 반구대 암각화를 지킬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정말 해묵은 논쟁을 끝내고 세계유산을 지키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행정의 접근 방식과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용역하고, 기반 조성하고, 우선등재 신청하고, 세계유산 등재하면 최소 10년, 20년이다.
불과 20년 만에 무너진 속도가 앞으로의 10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더 이상 직유무기로 선사시대의 유산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