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비만과 연관성 높아…치료 늦으면 최종 키에 영향

2020-12-01     석현주 기자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이 85~90% 차지
성호르몬 억제제 3~4주 간격 주사
불규칙적인 치료땐 사춘기 앞당겨
만 10세 이전엔 건강보험도 적용
규칙적 운동·균형잡힌 식사 중요


일반적으로 여아의 사춘기는 만 10세경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만 12세경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비정상적으로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질환을 말한다. 여아는 만 8세 이전,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조숙증의 경우 남아보다 여아에게 5~10배가량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또래보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고 해서 모두 성조숙증으로 보긴 힘들다. 또 성조숙증이라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배승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장(소아내분비 전문의)과 함께 성조숙증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특발성 성조숙증, 성호르몬 억제제로 치료

성조숙증은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이 85~90%를 차지한다. 그러나 중추 신경계 종양이나 난소 및 고환이나 부신의 질환, 선천성 뇌기형, 수두증, 뇌염 및 뇌농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복용 등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남아의 경우 성조숙증 환자의 50%가 원인 질환이 발견되는 만큼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비만이 심한 어린이에서 사춘기 진행이 빠른 경향이 있어 비만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배승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장(소아내분비 전문의)은 “이차성징이 나타나면 그 시기, 진행 속도, 원인질환, 성호르몬 노출 여부 등을 확인하며, 신체 성장과 성성숙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사선 촬영으로 골연령을 측정하고, 호르몬 검사(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을 진단한다”고 했다. 또 사춘기 진행정도와 시작 시기를 고려해 뇌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를 받기도 한다.

배 전문의는 “처음 검사 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단계가 아니었을 지라도 수개월 안에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원인이 밝혀졌다면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인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3~4주 간격으로 주사하게 된다”고 했다.

여아의 경우 만9세 이전(8세 364일)까지, 남아는 만10세 이전(만9세 364일)까지 성조숙증이 진단돼 치료를 시작한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따라서 사춘기 증상이 일찍 발현됐다면 검사와 진단, 치료까지의 기간을 고려해 일찍 병원에 내원해 소아내분비 전문의와 상담받는 것이 좋다.



◇치료 6개월부터 이차성징 진행 억제

성조숙증의 일차 치료는 성적으로 빨리 성숙해 생길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혼란을 늦추는 것이고, 더불어 최종키의 손실을 적게 하는데 있다.

배 전문의는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에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연령이 빨라져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최종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성조숙증 치료 자체로 성인키를 원하는 만큼 크게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최종키가 많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꾸준한 치료가 제일 중요하며 불규칙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2~5년 정도이며 진단 시의 연령과 골연령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진다. 치료 종료 시점은 대게 여아의 경우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 이지만 개인의 여러 변수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직후 여아의 경우는 유방이 좀 더 발달하거나 드물게 질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며 주사 치료가 2~3회 진행되면 대부분 없어진다. 치료 시작 후 대게 6개월 뒤에는 이차성징 진행이 억제돼 여아의 경우 유방 몽우리가 작아지고, 남아는 고환크기가 작아진다.

성조숙증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조절이 필요하다.

배 전문의는 “열량이 많고 영양가가 적은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과다하게 먹거나 끊임없이 간식을 먹는 등의 일상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적절한 성장호르몬 분비를 위해 가능한 일찍, 충분히 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식품과 성조숙증의 연관 관계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배 전문의는 “콩류에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지만, 이 성분이 사춘기 조기 시작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두유, 두부 등 특정식품에 대한 과도한 염려, 조절보다는 배달 음식 등을 줄이고 최대한 골고루, 적당히,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