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 법제도 정비 시급
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
현행 치료감호제도 운영 문제 지적
가족·정부·지역사회·의료·법원 등
공조시스템 제안·사회적 관심 당부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범죄를 막기 위해 경미한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형사사법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A(23)씨는 지난 2013년부터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와 불안성 인격장애로 통원 치료를 받았고, 올해 3월부터는 신체추형장애와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는 최근 약물을 정상 복용하지 않아 정신이상 증세가 심해지면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과 공모해 자신을 죽인다는 등의 생각에 올해 6월 울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로 어머니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7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하며, 현행 정신질환자 관련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박 부장판사는 현행 치료감호제도가 피치료감호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병동 과밀화 및 치료 환경 악화, 치료감호 출소자에 대한 지속적 외래치료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구성원의 안위를 위해 피고인과 같은 이들을 사회로부터 상당 기간 격리하는 조치가 중요하기는 하나, 이들을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사회가 보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함께 관리했다면 이런 결과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비교적 경미한 단계의 정신질환 범죄자부터 사회에서 치료하고 관리하는 형사사법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의 문제해결법원처럼 정부와 시민, 공공기관, 지역사회, 가족, 의료전문가, 법원 등이 공조하고 협력하는 시스템 도입을 고민할 때가 왔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신질환자 범죄의 상당수는 스스로 병을 부정하고 약 복용을 거부하는 ‘질병인식불능증’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이를 눈감고 외면하는 질병인식불능증에 걸린 사회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부장판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참혹하고 안타까운 이 사건을 앞에 두고, 조현병으로 대표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촉발되기를 바란다”며 “조현병을 가진 자식을 둔 부모가 ‘내 아이는 조현병입니다’라고 당당히 밝히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 그 요청에 귀 기울이고 함께 걱정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누구도 신경 써 주지 않는 그 미친 사람이 바로, 내 아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