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18)]미국대선과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영향력
美 대선, 인종·종교서 표 쏠림현상 뚜렷
인종차별 논란속 흑인 87% 바이든 지지
백인 복음주의자 그룹 76% 트럼프 지지
세계 최고 정치 권력자인 미국대통령을 선출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개입된다. 인종, 지역, 남녀, 연령, 교육, 종교 등이다. 2016년 미국 대선결과를 ‘고졸이하 백인 남성’들과 쇠락한 ‘러스트 벨트’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필자는 2020년 대선 결과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이유를 북부의 ‘러스트 벨트’의 회복과 남부 조지아주 등의 ‘바이블 벨트’의 확보 때문으로 본다. 오늘의 주제는 후자와 관련이 있다.
두 대선을 거치는 동안 최종결과로 보면 민심은 변화했고 승자와 패자는 바뀌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유독 크게 변화하지 않고 70% 이상의 몰표가 나오는 부문은 ‘인종’과 ‘종교’였다. 유색인종의 바이든 몰표에는 트럼프 및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역겨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의 공화당 후보 몰표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정치와 종교 분리를 근간으로 삼는 ‘수정헌법 1조’를 명시하고 있는 21세기 선진 미국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020년 대선 출구조사(abc, CNN, CBS와 NBC 공동의뢰)에 따르면, 남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49% vs 바이든 48%로 ‘박빙’이었으나, 여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43% vs 바이든 56%로 바이든을 더 지지했다. 인종면에서는, 백인의 경우 트럼프 57% vs 바이든 42%를 지지했지만, 유색인종은 트럼프 26% vs 바이든 72%를 지지했다. 특히 인종차별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흑인 87%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즉 남녀 성별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인종간에는 상당한 표쏠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어릴수록 바이든 후보에게 표가 몰렸다. 18세~64세까지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바이든이 우세했고, 트럼프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일하게 51%로 과반을 넘겼다. 그리고 대졸이상 교육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트럼프 43% vs 바이든 55% 지지가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결과 분석으로 보아 두 후보간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70% 이상의 몰표는 인종 요소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았지만, 종교 면에서 보면 70% 이상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종교그룹이 있다. 2020년 선거에서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 후보에 76%의 표를 던졌다. 타 종파에서는 트럼프에게 37%만이 표를 주었다.
종교인 숫자가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정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행동에 옮기는 ‘개신교 백인 복음주의자 그룹’의 출현은 괄목할 만하다. 이들은 스스로 ‘미국의 주인’임을 자부하고, 미국 개척과 번영을 이룬 ‘미국 정신과 가치’의 원류라는 긍지를 지니고 산다. 문화적 분류로 소위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문화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복음주의자는 1973년 5일간 여의도 광장을 뒤덮은 연인원 120만명 집회의 주인공 빌리 그레이엄 목사이다. 그는 복음주의자의 대부로서 ‘야외현장 집회’ ‘태양빛 아래에서’ ‘유황과 불로 가득한 지옥을 설교’ ‘울부짖으며 회개하는 신자’의 모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신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1970년대부터 미국 정치에 뛰어든다. 빌리 그레이엄과 같은 종교지도자들의 지도하에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고, 1976년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레이건, 아버지와 아들 부시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등 공화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다. 트럼프는 복음주의자도 아니고 천하의 난봉꾼, 막말의 대가이지만 이들은 2016년 대선에서 그에게 81% 몰표를 던졌다. 복음주의자들은 누구이고 왜 그랬을까? 다음 회에 계속한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