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전동킥보드 입법에 대한 단상
사람의 안전 등 생각한 도로 개편
시대 변화 맞춰 고민할 시점 도래
제3의 길로 쾌적한 도심공간 설치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 운행조건이 강화되었다. 지난 5월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전통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도록 완화한 후 그 법의 시행일(12월10일)이 되기도 전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사고가 급증하자 운행조건 완화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있었던 탓이다.
새로운 법률은 16세 이상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면허보유자만 허용한다. 오락가락 하는 입법조치에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은 당혹스럽다. 하여간 입법부의 관점은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 중 어느 것과 유사하게 규율할 것인가에 있어 보인다.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규율은 운행연령과 운전면허에 있어 차이가 있고, 또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부딪히면 차대(對)차의 사건으로 보는데 이 때는 자전거의 과실비율을 오토바이에 비해 10% 정도 저감하는 것이 통례이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유사성도 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둘 다 보도(인도)에서는 탈 수 없고 차도에서 타야 한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도로교통법상의 차마(車馬)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과 부딪혔을 경우 차대(對) 사람의 사건으로 보는데 대인사고시는 탈것의 과실비율이 높은 것도 유사성이다.
이번 법 개정소동의 쟁점인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와 오토바이 중 하나와 유사하게 규율하더라도 정작 위험성은 제거되지는 않는다. 16세 이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보유자만 운행하게 하면 족한 것인가?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필자는 도로에 관한 규율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는 차도, 보도(인도), 그리고 갓길이 있다. 말 그대로 차마가 다니는 곳은 차도이고 사람이 다니는 곳은 보도(인도)이다. 도로교통법상으로 보면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심지어 전동킥보드도 모두 차도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는 차도, 인도 가리지 않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차도로 달리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보면 그들이 위험하고, 인도로 다니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보면 걷는 사람이 위태하다. 그래서 어떤 도로에는 자전거우선도로가 만들어 진 곳도 있다. 그럼 자전거 길에 전동킥보드를 타게 하면 해결될까? 자전거 길은 차도와 차단벽이 없어 역시나 위험하긴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위한 제3의 길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동킥보드, 자전거, 전기장치자전거, 어르신들이 타는 전동기, 아침에 야쿠르트 등 음식 배달하는 전동기 등이 다니는 새로운 길을 만들면 어떨까. 차도와 보도(인도) 사이에 안전가드가 있는 제3의 길. 그런데, 도심에서 제3의 길을 설치하자니 난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로수이다. 가로수는 도심의 허파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하니 가로수를 제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대부분 가로수는 보도(인도)와 차도 사이에 있다. 새로운 길을 내자면 할 수 없이 가로수를 인도가장자리 쪽으로 옮겨 심어야 하는데 건물이용에 불편도 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하여, 길 아래에 수도관, 가스관, 전기선, 전화선, 인터넷선 등등이 묻혀 있다. 지하철 환풍구와 출입구도 문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로 도로의 개편을 포기하기에는 탈 것들이 다양해졌고 사람이 위험에 너무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편의성과 자동차의 운행을 줄일 수 있으니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저감의 효과도 있다. 이제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도시교통시설물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길은 오로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도심의 허파를 지키면서 제3의 길을 만들 사회적 지혜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얼마 안가서 물건만 실은 자율주행차량이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무인비행기와 무인선박이 시험 운전되고 있고 미국 시애틀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만 다니는 도로를 실험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시대변화에 맞는 쾌적한 도심공간과 안전한 도로정책을 고민할 때이다.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