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코로나 우울증 극복하기

2020-12-17     석현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해지고, 쉽게 짜증 내고, 식욕 저하나 불면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정신적 피로감을 의미하는 용어로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나왔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의 흔한 증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는 건강염려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집 밖을 나가는 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겁이 난다, 혹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심한 경우 식욕 저하나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된 후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줄였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으로 호흡기 질환, 감염성 질환 등이 상당히 줄었고, 또 병원 진료를 받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만큼은 오히려 외래 진료가 늘어났다고 한다. 외래 진료를 분석해보니 수면장애나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많았다. 이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 K-방역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방역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에 발맞추어 이제는 심리적 방역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국민들의 심리적 방역을 위해 ‘코로나 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건강 지침서’를 발간했다. 내용을 보면, 일반인의 마음 건강 뿐만이 아니라 의료진, 자가격리자 등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들이 세부적으로 나와 있으므로,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심리적 방역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을 토대로 코로나 우울증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해서는 첫째,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과도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나치게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보는 건 피해야 한다. 뉴스를 백 번 본다고 내게 필요한 정보가 백 배 많이 얻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불안감만 높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많은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지쳐가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누구나 느낄 수 있고, 의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감염의 공포로 인해 대인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거나, 혹은 가짜 뉴스로 인해 과도한 불안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건 본인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마스크 착용하기,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예방 수칙은 잘 지키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규칙적인 운동 및 안전한 여가활동 등의 ‘슬기로운 일상생활’을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숨어든 코로나 우울증을 날려버리자.

이준엽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