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동구·울주군 집행부·의회 예산갈등, 소통이 해법
2020-12-21 정명숙 기자
동구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20억7000만원에 이른다. 동구가 편성한 내년 예산 총액의 7%에 해당한다. 예산을 삭감한 33개 사업만 놓고 보면 21억9000만원 가운데 1억2000만원만 남기고 전부 삭감했다. 슬도수산생물체험장, 남진바다물놀이장,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경관조명 설치 설계용역 등 주로 동구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던 해양관광분야 사업이다. 국비를 확보해놓은 사업까지도 삭감해버려 국비반환과 함께 패널티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천석 동구청장이 발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청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양체험 관광도시 조성을 위해 이제 첫발을 내딛어 성공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중인데 운영비를 삭감한 건 사업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의회를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이 주를 이루는 홍유준 의장과 5명의 의원들은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이기 때문에 삭감한 것인데 청장이 이를 비난하는 것은 의회기능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구의원은 전체가 7명이다. 2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도 “수정예산안 설명도 못 듣고 일방적으로 발의돼 통과됐다”면서 “다수의원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각자 원론적으로 맞는 말을 하고 있다. 다만 이해와 소통이 없을 뿐이다.
기초단체의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동구뿐만이 아니다. 울주군도 상임위에서 344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빚어졌다. 그나마 이 가운데 100억원대의 예산은 예결위에서 부활했고, 언양터미널 매입예산인 200억원은 끝내 삭감됐다. 의회는 터미널로 돼 있는 현 부지의 용도변경이 쉽지 않고 활용계획도 수립돼 있지 않다고 삭감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집행부는 부지용도변경이나 활용방안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 있다면서 지가가 오르기 전에 매입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의회와 집행부, 의회 내부 등 사분오열식의 감정싸움은 결국 지역주민들의 손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예산심의를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의회의 고유 역할이다. 하지만 견제의 목적은 균형을 통한 원만한 정치에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선 추경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정싸움에서 벗어나 서로 소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