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국제영화제 프레페스티벌 현장리뷰 및 결산
내년 영화제 ‘성공개최’보다 ‘존속’ 고민할때
온라인 위주 행사 ‘부작용’
구독자 20~30대가 대부분
평균 시청자 80명선 못넘어
전체구독자도 200여명 불과
관광·대중성 부각엔 역부족
청년감독·초단편작 대부분
청년층의 고민 위주 메시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영화 부족
미래영화인 육성 의도 ‘충족’
국제 타이틀 만족도는 ‘미흡’
울산국제영화제 프레페스티벌이 18~20일 사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행사를 극도로 자제하며 온라인 위주로 치러졌다. 올해는 본 행사가 아니라 첫 행사 이전에 사전준비 차원에서 마련한 ‘프레페스티벌’이었다. 애초에는 울산의 새로운 국제문화관광콘텐츠를 ‘영화제’로 구축한다는 송철호 시장의 공약에서 출발했다. ‘제1회’ 본 행사를 바로 추진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데다 부산·전주·부천·강릉 등 타 시도의 영화제와 차별화 하는 묘안을 세우는데 실패하면서 ‘프레’ 행사로나마 준비기간을 늘리고 분위기를 살릴 불씨를 지피려했다는 분석이다. 어찌됐든 울산시는 국제영화제를 위한 전담계를 두면서 2년여 준비시간을 거쳤고, 올해 사업에 7억원의 행사비를 투입했다.
하지만 사회적 여건이 국제문화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다보니, 비대면 온라인에 익숙한 20~30대 일부의 행사로만 치러진 느낌이 다분하고, 시민 대다수는 국제영화제의 추진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채 흘러갔다. 신종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영작들이 짧게는 4~5분, 길어도 30분 이내의 (초)단편인데다 영화 및 영상을 전공하는 청년세대 감독의 실험·독립영화가 주류여서,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이 기대했던 ‘영화제’로서의 대중성과 글로벌 관광콘텐츠로서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울산국제영화제가 20~30대 청년감독 및 영화학도들의 장이 된 건 울산시가 전국 대학 영화학과를 대상으로 출품작을 제작하도록 대규모 공모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제 중에서 20대 청년들의 영화제작에 이처럼 많은 지원비를 주는 곳은 울산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영화인들은 너도나도 기획안을 접수했고, 이들 중 16명 학생 지원자는 250만원에서 최고 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똑같이 학생 지원자지만, 울산에서 촬영하는 조건의 6명에게는 1100만~1500만원의 사업비가 배당됐다. 울산시민 부문 4명에게는 200만원에서 400만원이 주어졌다. 출품작 대부분이 청년영화 위주이다보니 영화 속 메시지와 영상 역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층의 불안, 분노, 고민 등으로 채워졌다. 이슈가 된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가 다뤄지기도 했으나, 지원비 규모 내에서만 작품이 제작되다보니 획일적인 러닝타임과 배우의 인지도 면에서 울산 시민들이 기대했던, 폭넓은 스펙트럼의 영화 감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그들 꿈을 실현할 기회의 장을 제공하자’는 취지 자체는 훌륭하지만 ‘울산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 아래 울산을 알릴 새로운 국제문화행사를 치른다고 해 놓고는, 시민들의 만족과 호응과는 상관없이 한국영화 미래기반 육성에만 방점이 쏠린 듯 해 씁쓸하다는 감상평이 흘러나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행사는 끝났지만 명확한 지향점, 주제별 구성강화, 시민참여를 위한 상시프로그램 보강과 같은 선결과제만 오히려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산적한 숙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내년 본 행사를 앞둔 울산국제영화제는 현 시점에서 ‘성공개최’ 의지를 다지기 보다 ‘존속’ 자체에 위기감을 느껴야 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영화제 마지막 날 열린 현장 GV(감독-관객과의 대화) 행사는 울산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지만, 수백여 좌석은 신종코로나로 인한 띄워앉기 때문에 빈 자리가 많았다. 그나마도 영화제를 진행한 대행사 인력과 자원활동가, 배우, 스태프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후 진행된 온라인 폐막식 역시 시청자는 50~60명대에 머물렀고 최고 80명대를 넘지 못했다. 온라인 전체 구독자도 204명에 불과했다.
한편 울산시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 10개국 55편의 작품들이 CGV울산삼산점에서 상영됐고, 개막식 및 폐막식은 유튜브에서 온라인 생중계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온라인 예매율이 93.8%, 총 10회차 상영 중 7회 상영분이 매진을 기록, 지친 시민들에게 위안을 준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