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침내 도입되는 고가사다리차, 시민들도 운용주체 돼야

2020-12-30     이재명 기자
고층 건물의 화재진압을 위한 70m 고가굴절사다리차가 내년 울산에 배치된다. 고가사다리차는 1대당 14억여원으로, 정부와 울산시가 각각 7억원씩을 부담해 장비를 들여온다. 고가사다리차는 우후죽순격으로 많아지는 고층빌딩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장비다. 지난 10월8일 울산 남구에서 발생한 33층 주상복합(삼환아르누보) 화재사고의 경우 고가사다리차만 제때 도착했어도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

현재 전국에는 일반사다리차 461대가 있지만 70m 고가사다리차는 10대뿐이다. 서울·경기도·인천이 각각 2대를 보유하고 있고 부산·대전·세종·제주가 1대씩 갖고 있다. 이번에 울산에 1대가 추가로 배치되면 11대가 된다.

울산지역에는 30층 이상 공동주택이 32곳이나 된다. 이 곳에는 2만1670가구가 살고 있다. 이중 40층 이상 공동주택만 해도 10곳에 가깝다. 아파트를 포함한 30층 이상의 각종 빌딩은 100여개를 넘는다. 지난 10월 삼환아르누보 화재의 경우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화재진압에 애를 먹었다. 고가사다리차를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시키는데만 6시간이 걸렸다. 고가 사다리차가 없던 탓에 고층부는 소방대원들이 각 가구에 일일이 진입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해야 했다. 또 강풍이 부는 한밤 중에 발생해 소방 헬기도 투입되지 못했다. 이제 고가사다리차를 들여오면 고층아파트에 사는 시민들은 한시름 덜 수 있다.

고층빌딩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고 그 높이도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거용이든 상업용이든 마천루 같은 빌딩은 숲을 이룰 것이다. 분명 울산에 들여오는 고가굴절사다리차는 시민의 안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고가사다리차를 배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어떤 상황에서도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시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모든 장비의 효율은 운용하는 기관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물자체에 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건축 자재에 대한 규정도 까다롭게 만들어야 한다. 건축물의 내·외장이 화재에 취약하다면 아무리 진압장비가 우수해도 무용지물이다. 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와 각종 화재진압 장비가 근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시민 의식도 중요하다. 화재는 장비와 시민의식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도 장비를 운용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